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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를 찾아라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7-13 07:31:28 수정 : 2017-07-13 14: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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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펙사 코리 2017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현장으로 가다 / 다담 김진범 소믈리에 1위에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자들. 소펙사 코리아 제공
말끔하게 차려입은 소믈리에는 손님이 주문한 올드 빈티지 와인을 셀러에서 꺼내온다.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프롱삭 지역 와인 샤토 레 트로아 크로아(Château Les Trois Croix) 1995.

손님들에게 레이블을 보여준 그는 소믈리에 나이프를 이용해 와인을 오픈하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한 손님이 영어로 질문을 던진다. “소믈리에, 아소 나이프를 이용해서 와인을 오픈해줄 수 있나요? 제가 와인 코르크를 모으고 있거든요”. 순간 소믈리에는 손님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다. 아소 나이프는 코르크가 부식됐을 가능성이 높은 올드 빈티지 와인을 오픈할때 사용하는 전용 나이프로 경험이 없다면 사용하기 쉽지 않다. 다른 소믈리에는 같은 질문을 알아들었지만 아소 나이프로 올드 빈티지 와인을 오픈하다 그만 코르크를 부러뜨리고 만다. 다른 소믈리에는 아소 나이프를 코르크 사이로 밀어 넣으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안들어가자 그만 포기하고 만다. 와인을 최적의 상태로 지속시키기 위해 실내에는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소믈리에들의 이마에는 진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했다.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자들. 왼쪽부터 한희수(SPC 비스트로바), 정대영(쿠촐로 그룹), 최준선(두가헌), 김진범(다담), 박민욱(비나포), 경민석(정식당), 김주용(정식당) 소믈리에. 소펙사 코리아 제공
12일 대한민국 최고의 소믈리에를 가리는 소펙사 코리아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열린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소믈리에들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장벽들과 맞부딪힌다. 도와줄 사람은 무대위에 아무도 없다. 그동안 갈고 닦은 노하우와 순발력으로 오로지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하는 한국소믈리에 대회는 올해 16회를 맞았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5차례의 관문을 통과하는 동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속출해 결선에 오른 소믈리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첫번째 관문은 고객응대 및 서비스다. 고객의 요구를 잘 듣고 상황에 맞게 와인을 서비스하며 손님이 한 질문에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면서 전문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포인트다. 5분안에 마쳐야 한다. 소믈리에가 무대에 오르면 원탁의 테이블에 손님으로 가장한 심사위원들이 앉아있다. 소믈리에게 주어진 과제 와인은 프랑스 남부 랑그독에서 샤토 당꼬스뜨(Château d’Encoste )가 만드는 레모시옹 당꼬스뜨(L' Emothion d’Encoste). 소믈리에는 잔을 서비스하고 와인을 오픈하면서 어디 지역에서 생산한 어떤 와인인지를 시작으로 품종, 특징, 서빙하기 적절한 온도인지 설명을 이어 나가야 한다. 손님들은 이 와인과 어울리는 아시아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소믈리에는 음식을 추천하며 왜 어울리는지 조리있게 답변을 해야 한다. 최준선 소믈리에는 가볍고 신선한 와인이라며 삼계탕을 추천했고 한희수 소믈리에는 냉채 족발을 추천하며 약간의 기름기 있어 신선한 와인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레모시옹 당꼬스뜨
첫번째 단계는 온도를 맞추지 않은 상태의 와인을 얼마나 온도를 잘 감지해서 핸들링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휴지조각을 와인잔 3곳에 붙여놓았기때문에 와인잔의 청결도도 체크해야 한다. 여자 손님부터 와인 잔을 세팅하는지도 점수에 포함됐고 아시아 음식을 추천 받은 뒤 일하면서 얼마나 잘 말할수 있는지도 점수에 들어간다. 레이블에서 빈티지와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아뺄라시옹인지 빠르게 확인하기 힘들어 소믈리에들이 어려움을 느꼈다. 단순이 손님이 주문한 화이트 와인이라고만 답하면 점수를 받을 수 없고 어떤 와인인지와 아뺄라시옹을 말하면 점수를 받는다.

두번째 관문도 고객응대 및 서비스인데 올빈 와인을 얼마나 잘 다룰지 아는지를 종합적으로테스트 받는 단계다. 시간은 총 6분.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프롱삭 지역 와인 샤토 레 트로아 크로아 1995. 샤토 무통 로칠의 수석 와인메이커를 지낸 유명한 파트릭 레옹(Patrick Leon)의 가족이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와이너리 이름이자 와인이름은 3개의 십자가란 뜻으로 자신의 3명의 자녀를 뜻하기도 한다.



샤토 레 트로아 크로아 1995
이번 관문은 고객의 요구를 잘 듣고 고객이 주문한 와인을 잘 파악해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며 서비스하는 것이 포인트다. 문제는 와인이 1995년산으로 23년이나 된 올드 빈티지 와인이라는 점이다. 소믈리에들이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셀러에서 꺼내서 손님에게 보여주자 손님은 레이블을 보자며 캐리어에 비스듬하게 눕혀있던 와인을 직접 일으켜 가져간다. 올드 빈티지 와인은 침전물이 많기 때문에 이 경우 보틀이 흔들리면서 침전물이 섞이게 된다. 셀러에서 같은 와인의 다른 보틀로 교체해서 서비스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소믈리에들은 다른 와인으로 바꿔 서비스 하겠다고 했지만 그냥 넘어간 소믈리에들도 있다. 또 올드 빈티지라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디캔팅을 해야하는데 디캔터에 따를때 병 바닥의 침전물이 딸려나오지 않도록 잘 보기 위해 촛불을 켜야한다. 하지만 촛불을 제대로 붙이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새 양초의 경우 심지에 초가 많이 묻어있어 다 녹을때까지 열을 가해야 불이 잘붙는데 급한 마음에 성냥을 여러개 사용한 뒤에 겨우 불을 붙이기도 했다.

가장 큰 관건은 올드 빈티지 와인을 오픈할때 주로 사용하는 아소 나이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이다. 올드 빈티지 와인의 코르크는 오픈할때 부러질 우려가 커 일반적인 T자형 소믈리에 나이프가 아니라 양 끝에 길이가 조금 다른 두 갈래의 길쭉한 꼬챙이로 이뤄진 아소 나이프를 사용해야한다. 앞 뒤로 조심스럽게 흔들면서 코르크 테두리 쪽으로 나이프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평소 많이 다뤄보지 못했다면 결코 쉽지 않다. 실제 코르크가 부러지거나 아예 나이프를 집어넣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나왔다.

세번째 단계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고 와인에 대해 영어나 불어로 설명하는 과정이다. 시간은 7분. 첫째는 주어진 한가지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지역, 품종, 빈티지, 향과 맛 등을 설명해야 한다. 두번째는 앞에 놓인 잔 3개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와인 정보를 각 5개씩 얘기해야 한다. 시간배분이 매우 중요한데 첫번째 와인 설명에 너무 시간을 많이 쏟아 두번째 와인은 설명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3개의 와인은 불투명 잔에 담겨 있어 레드인지 화이트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인지 구별을 못하도록 티슈까지 짙은 색으로 준비했다. 색상을 보지 않고 마시면 레드인지 화이트인지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소믈리에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감각적인 와인 시음 능력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각 지역 와인들의 특징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경험의 깊이가 드러나게 된다.

2107 한국 소믈리에 대회 난이도를 설명하는 정석영 소펙사 코리아 대표
네번째 고객응대 및 서비스 단계도 매우 어려웠다. 손님이 주문한 아페리티프를 요청에 맞게 잘 서비스하는지를 보는 단계다. 크레망 2잔, 모히토 2잔, 크레망으로 만든 끼르루얄 1잔을 만들어서 서비스해야한다. 시간은 6분이다. 특히 모히토를 만들때 애플 브랜디를 사용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있다. 답은 베이스로 칼바도스를 선택하면 된다. 소믈리에들은 주로 와인을 다루기때문에 브랜디와 리큐르에 정보가 많지 않을수 있어 어떤 것을 선택해서 만들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 1, 2위는 아시아 대회에 나가는 국가대표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만들어내 난이도가 매우 높았던 관문이다.

마지막은 슈발 블랑(Cheval Blanc)이 보르도 우안 쌩떼밀리옹 와인이지만 좌안의 메독 와인 같다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질문이다. 돌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하는게 중요하다. 우안 와인들은 보통 메를로 비중이 높은데 슈발 블랑은 카베르네 프랑의 비중이 높아 메독스러운 와인로 불린다.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김진범 소믈리에
이처럼 난이도 높은 결선에서 올해 한국의 최고 소믈리에는 김진범 소믈리에(다담) 차지했다. 최준선(두가헌), 박민욱(비나포), 김주용(정식당), 경민석(정식당) 소믈리에가 2∼5위에 올랐다. 정대영(쿠촐로 그룹) 소믈리에와 한희수(SPC 비스트로바) 소믈리에는 결선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와인에 입문한지 10년차인 김진범 소믈리에는 한국 소믈리 대회 4차례 도전끝에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김진범, 최준선 소믈리에는 아시아 10개국의 최고 소믈리에들이 출전하는 ‘제3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대회 상위 5명에게는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와 보르도∙아끼뗀 지역 프랑스 소믈리에 협회(UDSF B.A)에서 발급하는 인정서가 수여된다. 또 오는 9월 예정된 메독, 쌩떼밀리옹, 랑그독 등 프랑스 주요 와인 생산지역의 와이너리에서 연수를 받게된다. 수상자들에게는 WSA와인아카데미 강의 수강권도 지급됐다.

2017 한국 소믈리에 대회 수상자들. 소펙사 코리아 제공
올해 대회는 3월부터 약 4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쳐 최종 결선에 진출한 실력파 소믈리에 7인이 승부를 겨뤘다. 지난해에는 7명중 1∼5위를 여성 소믈리에가 휩쓸었으나 올해는 한희수 소믈리가 결선에 오른 유일한 여성 소믈리에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장은 보르도∙아끼뗀 지역 프랑스 소믈리에 협회(UDSF B.A) 명예 회장인 장 파스칼 포베르(Jean-Pascal PAUBERT)씨가 맡았다. 또 서한정 한국와인협회(KWA) 초대회장, 김용희 한국소믈리에협회(KSA) 회장, 박준우 푸드 칼럼니스트 등 국내외 와인전문가 8인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한편, 도멘 바롱 드 로칠드(라피트), 메독 와인 협회(CVM), 랑그독 와인 협회(CIVL), WSA와인아카데미, 한국소믈리에협회(KSA), 서울와인앤스피릿(SWS), 뱅베(Vin V), 떼땅져, 네스프레소 코리아, 빈텍이 이번대회 후원사로 참여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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