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월드이슈] 난민들의 '기회의 땅' 리비아…현실은 '생지옥 생활'

입력 : 2017-07-03 20:41:45 수정 : 2017-07-03 23:20: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용시설 ‘인권유린’ 심각/ 무장 군벌에 연계된 중개인, 불법 구금·과도한 비용 요구 / 불응 땐 인신매매·매춘 협박 / 카다피 사망 이후 치안 악화 / 국제사회 소극적… 위기 지속
리비아의 한 난민 캠프의 모습.
나이지리아 정부의 박해를 피해 유럽행을 결심한 뷰티 오리리(25·여)에게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는 기회의 땅이었다. 리비아까지 사막을 건너야 하는 위험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지중해만 지나면 이탈리아에 쉽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리리가 조직적인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이 만연한 리비아의 현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사히 유럽에 가게 해주겠다던 한 남성이 그를 트리폴리의 ‘중개센터(connection center)’에 팔아버린 게 시작이었다.

중개센터는 난민수용시설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중개인’이라 불리는 남성은 오리리에게 ‘500달러를 건네지 않으면 성매매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돈을 구해 풀려난 그는 “나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 여성들 중 대부분은 그런 돈을 구할 수 없었다”며 “중개인들은 매춘에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리비아의 무장 군벌들이 중개센터라고 불리는 난민수용시설에서 인신매매, 매춘을 강요하는 등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만성적인 가난,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리비아로 끊임없이 난민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난민의 존재가 돈이 된다는 것을 군벌들이 알게 되면서 수백억달러 규모의 불법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구호기구 등에 따르면 무장 군벌에 연계된 중개인들은 난민들에게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리비아 남서부 세바 등에 있는 중개센터에 난민들을 불법 구금하고 있다. 이런 감금이 가능한 건 리비아 정부의 사법권이 닿지 않는 데다 경찰마저 대부분 군벌에 매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WP는 소년들의 경우 마약거래에 이용되고 여성은 오리리처럼 돈을 내지 않으면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아 내 난민들의 처우는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급속히 악화됐다. 카다피가 사라진 뒤 발생한 권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수의 무장 군벌들이 들고일어나면서 리비아 남부 지역의 치안이 악화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사회가 리비아 내 난민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제이주기구(IOM)는 다수의 난민이 사망하고 있음에도 지난달 사하라 사막에서 난민 44명이 숨진 사건 정도만 알리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리비아 정부 역시 유럽연합(EU)으로부터 난민 구호기금으로 2억2500만달러를 받았지만 난민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난민 수용 센터의 한 관리자는 유엔과 인터뷰에서 “의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수된 물이 없어 죽는 사람도 있다”며 “무장 군벌들이 난민을 매매하는 행위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