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한 난민 캠프의 모습. |
중개센터는 난민수용시설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중개인’이라 불리는 남성은 오리리에게 ‘500달러를 건네지 않으면 성매매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돈을 구해 풀려난 그는 “나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 여성들 중 대부분은 그런 돈을 구할 수 없었다”며 “중개인들은 매춘에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리비아의 무장 군벌들이 중개센터라고 불리는 난민수용시설에서 인신매매, 매춘을 강요하는 등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만성적인 가난,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리비아로 끊임없이 난민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난민의 존재가 돈이 된다는 것을 군벌들이 알게 되면서 수백억달러 규모의 불법 비즈니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비아 내 난민들의 처우는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급속히 악화됐다. 카다피가 사라진 뒤 발생한 권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수의 무장 군벌들이 들고일어나면서 리비아 남부 지역의 치안이 악화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사회가 리비아 내 난민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제이주기구(IOM)는 다수의 난민이 사망하고 있음에도 지난달 사하라 사막에서 난민 44명이 숨진 사건 정도만 알리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리비아 정부 역시 유럽연합(EU)으로부터 난민 구호기금으로 2억2500만달러를 받았지만 난민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난민 수용 센터의 한 관리자는 유엔과 인터뷰에서 “의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수된 물이 없어 죽는 사람도 있다”며 “무장 군벌들이 난민을 매매하는 행위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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