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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괜찮겠지”생각에 운전대 덥석… 10명 중 4명 ‘상습범’

입력 : 2017-07-02 20:59:58 수정 : 2017-07-04 14: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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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길 또 적발… 음주운전 ‘고질병’ 왜 못 고치나/재범률 44%… 마약류 사범보다 높아/ 단속정보앱까지 생겨 탈법 부채질/ 최근 3년간 年 2만건 관련 사고 발생/ 사망자 1656명… 兆단위 사회적 비용/“처벌 강화·적극적 예방조치 병행돼야”/ 올초 관련 법안 발의…국회 통과 주목
“평생 손가락질당하고 평생 욕을 먹어도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가수 길(39·본명 길성준)이 음주운전 때문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새벽 남산 3호 터널 인근에 세운 자신의 차량 안에서 잠을 자다 경찰에 적발됐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1%)을 훨씬 상회하는 0.165%였다. 길은 적발 사실이 보도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건 100㎞건 잠시라도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은 분명 큰 잘못”이라며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누리꾼들은 “두 번은 실수가 아니다”, “예비 살인자” 등 표현을 써가며 꾸짖었다. 그가 2014년 4월에도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가수 길 트위터 캡처.

길처럼 ‘괜찮겠지’, ‘이 정도쯤이야’ 등 안일한 생각에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되는 상습 음주운전자가 적지 않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40%를 넘어 강한 중독성 때문에 엄벌에 처하는 마약사범의 재범률(30%대)보다 높다. 상습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이나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주 여부를 사전에 체크한 장치를 차량해 부착해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약보다 재범률 높은 ‘음주운전’

우리나라 음주운전자의 재범률은 마약류 사범보다 높다. 2일 경찰청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중독 증상으로 끊기가 상당히 어려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2012년 38.9%, 2015년 37.6% 등 30% 후반대를 보이고 있다. 음주운전자 재범률은 같은 기간 42.0%에서 44.4%로 매년 조금씩 증가세다.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음에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일보가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또는 취소를 받은 경험이 있는 10명을 취재한 결과 8명이 ‘최근에도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 김포에 사는 A(39)씨는 “2014년에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다시 면허를 따면서 고생을 좀 했다”며 “절대 음주운전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가끔 술을 먹으면 그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리운전비가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술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부르지 않게 된다. 아직까지 단속에 걸린 적은 없다”고 멋쩍어했다.

서울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B(30)씨는 “지난해 면허정지 100일을 받은 적이 있지만 솔직히 요즘에는 다시 음주운전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주단속 정보가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불안하면 대리운전을 부르고, 괜찮아 보이면 그냥 운전대를 잡는다”고 전했다. C(35)씨의 경우에는 적발된 이후 지금까지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계속 안 할 수 있을지 확답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처음으로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다는 회사원 D(35)씨는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원래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단속 당시) 그때는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음주운전을 했다”며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또다시 술먹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필요하지만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술 먹으면 차 시동 안 걸린다”… 시동잠금장치 도입 필요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4043건, 2015년 2만4399건, 지난해 1만9769건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656명, 다친 사람은 12만75명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 2010년 한국법제연구원이 발간한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에 관한 입법평가 보고서’는 음주운전 1건 적발 시 893만원, 음주운전 사고 1건 발생에 6243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2015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음주운전의 피해가 막대하고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음주운전 전력자의 차량에 음주운전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상습 음주운전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시동잠금장치란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사전에 체크해 음주 상태일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뜻한다.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면허를 재취득했을 때는 자비를 들여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한 차량만, 그것도 면허증을 발급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도 지난 3월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자동차에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8, 19대 국회에서도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사전준비 부족과 가족의 자동차 공동사용에 따른 불편, 다른 자동차 이용을 통한 회피 및 대리측정 가능성, 낮은 재범방지 효과 등 이유로 법제화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안이 상습 음주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현행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 기준(0.05%)을 0.03%로 하향하는 사후적 조치뿐 아니라 시동잠금장치 도입과 같은 적극적인 사전 예방조치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노성준 입법조사관은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하고)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다면 음주운전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와 같이 논의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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