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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넘쳐나 책 안 읽는 세상… 좋은 글 알리는 건 나의 의무”

입력 : 2017-06-29 21:02:23 수정 : 2017-06-29 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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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정은경, 서평집 ‘기도이거나…’ 출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재미난 서평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해 포털에 검색어만 치면 책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는 넘쳐납니다. 어떻게 읽고 보았는지 나만의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서평을 통해 좋은 책을 널리 알리는 공감하는 서평을 쓰고 싶습니다.”
문학평론가 정은경(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사진)씨가 서평집 ‘기도이거나 비명이거나’(케이포북스)를 펴냈다.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주목받는 소장 평론가로 활발한 비평 활동을 벌여오면서 써낸 짧은 서평들을 묶었다. 소설가 방현석을 필두로 유하 장강명 천명관 윤이형 부희령 송하춘 등 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살펴본 글들이 수록됐다. 정 교수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마신이 자신을 제발 꺼내달라고 기도하다가 자신을 꺼내준 이를 죽일 것이라고 원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제가 시와 소설에서 읽은 것은 이 간절한 기도이거나 원망과 악에 찬 비명 같은 것이었다”면서 “간절한 소망이 어떤 때는 지독한 살의나 적의로 바뀔 수 있는 그 사이에 문학이 있다”고 서평집 표제에 담긴 자신의 문학관을 밝혔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다 보니 사람들은 오히려 안 보고 안 읽는 것 같아요. 같이 반드시 읽어야 될 것들이 없어져버린 듯해요. 모두 각자 채널 속에서 짧게 소비하고 마는 형국입니다. 정보민주주의가 펼쳐진 상황에서 충분히 많은 것을 향유할 수 있음에도 이런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러할수록 좋은 글과 책을 선별해줄 비평가의 역할은 더 중요합니다.”

비평가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는데 정작 비평의 위상은 약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시스템이 너무 공고해서 작은 변화들만으로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문학장이 1980년대에 구축된 시스템에 아직도 머물러 있고 갱신한다고 하는데도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리 책을 안 읽는다고 해도 여전히 문학은 읽히고 기본 독자는 존재한다”면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갱신된 문학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올 들어 서평집을 포함해 평론집 ‘길은 뒤에서 온다’와 ‘밖으로부터의 고백-디아스포라로 읽는 세계문학’, 논문집 ‘한국문학의 외연’ 등 모두 4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특히 디아스포라 문학에 관한 천착이 돋보인다. 그는 “한국문학 연구자들이 어떤 것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 어떤 것이 바깥이고 내부인지 근본적으로 흔들어서 사고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외국에서 글을 쓰는 재외동포 작가들의 한국에 대한 시선과 문제의식은 한국문학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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