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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한솥밥 먹는 타우러스와 재즘… 누가 우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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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15:45:27 수정 : 2017-06-28 15: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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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자체 추진력과 유도장치를 갖춘 폭탄이다. 일반폭탄과 달리 긴 사정거리와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주로 적의 중요 군사시설을 공격하는데 사용된다. 1991년 걸프전때 등장해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항공전의 새로운 핵심무기체계로 입지를 굳혔다. 이런 미사일은 ‘스탠드오프(stand-off) 형’ 무기로도 불리는데, 전투기와 조종사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사정권 밖에서 발사하는 무기라는 의미다.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제작한 타우러스 미사일
미국의 재즘(JASSM)급 미사일과 유럽의 타우러스(TAURUS) KEPD 350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당시 우리 군은 이 두 미사일을 놓고 저울질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공군의 전투기가 휴전선을 넘지 않고도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전력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경쟁은 미국이 재즘 미사일의 대한(對韓) 판매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타우러스의 ‘무혈입성’으로 결론지어졌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북한의 전파교란(재밍)을 견디는 미군 군용 인공위성위치확인(GPS) 수신기를 F-15K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최종 승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재즘 미사일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재즘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이 미사일이 미국의 전략무기이고 미군의 독자적인 군용 GPS를 내장한 탓에 군사기밀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 미 정부의 판매 거부로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마주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두 미사일은 최근 주한미군이 재즘을 군산 공군기지로 들여와 F-16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운용 태세를 갖추면서 사실상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에 각각 배치돼 한·미 연합전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재즘 도입 배경을 놓고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에 따른 조치라거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등 해석이 다양하다. 군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드 체계를 모두 전력화한 뒤, 유사시 북한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하기 위해 재즘을 배치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로 사드 전력화 시기가 늦춰질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재즘 배치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F-16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재즘 미사일
그렇다면 재즘과 타우러스는 누가 우세할까.

재즘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70㎞ 정도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상공의 전투기에서 발사하면 북한 주석궁(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무실) 등 평양의 주요 시설과 지하벙커 등을 족집게처럼 파괴할 수 있다. GPS와 관성항법장치(INS), 적외선탐색기(IIR) 등 2중유도장비를 탑재해 목표물에 대한 타격 오차가 3m 내외다. 길이 4.26m, 날개폭 2.4m, 높이 53㎝, 전체 중량 1023kg으로 탄두 무게는 450㎏이다. 사드 제조사인 미 록히드마틴사가 만들었다.

장착 기종으로는 F-16을 비롯, B-1B·B-2·B-52 폭격기에 달수 있다.

독일과 스웨덴이 공동 개발한 타우러스의 사거리는 500㎞에 달한다. 길이 5.1m, 날개폭 2m, 높이 63㎝, 중량은 1400㎏이다. 탄두의 무게는 480㎏이다. 북한 방공망을 피하고자 약 40m의 비행 고도로 마하 0.95의 속도로 비행한다.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제작한 타우러스의 타격 오차 범위는 1m이다

김정은 집무실 등 평양의 핵심시설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리는 지하 콘트롤타워도 파괴할 수 있는 정확도와 위력을 자랑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발사 후 적에게 비행경로가 노출될 위험도 적다.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에 2발을 달 수 있다.

탄두 체계는 성형작약탄두(pre-charge)와 관통탄두(penetrator)로 이중으로 구성된다. 지하의 견고한 표적과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 등에 따라 탄두를 바꾸는 방식이다. 트라이-테크(Tri-Tec)로 불리는 적외선 영상기반 운항시스템(IBN), 지형추적 운항시스템(TRN), 군사용 GPS 등 3중유도장치를 갖췄다. 비행경로에 오차가 생기면 항로를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현존 최고의 스마트 무기체계로 꼽힌다.

F-15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타우러스 미사일
성능은 타우러스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재즘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관통 능력도 2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타우러스의 타격 범위는 휴전선 인근에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는 북한 미사일 기지까지도 커버한다. 정확도나 탄두 중량도 타우러스 쪽이다. 특히 타우러스는 목표물에 따라 벙커 등에 직각으로 내려꽂기도 하고,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며 동굴 같은 진지를 파괴하기도 한다. 목표물에 따라 타격 방법을 달리 할 수 있어 은닉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러 겹의 층이나 막을 계산할 수 있는 지능형 신관이 장착돼 벙커 등을 뚫고 들어가선 안에서 폭발을 일으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재즘은 단일탄두로 적진 깊이 숨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재즘에 비해 타우러스가 비싸다. 이를 의식해 타우러스 제작사는 판매때 한국 자체 제작과 기술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타우러스는 2013년 6월 제6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170여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타우러스 실전배치가 마무리되면 우리 공군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500㎞ 이상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하는 국가가 된다.

공군 관계자는 “미사일 성능을 떠나 재즘과 타우러스의 배치는 북한 영공에 들어가지 않고 북한 전역에 대한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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