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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촘촘해진 CCTV 그물망… 공공기관 5년새 2배 이상 늘어

입력 : 2017-06-27 19:15:29 수정 : 2017-06-27 21: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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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4만대… 민간 포함 1000만시대 눈앞 / 2016년 2만건 범죄 해결 역할 불구, 사생활 침해 부작용 커 대책 필요 / 차량 블랙박스 포함 땐 폐해 심각 / 기업선 직원 감시용으로도 사용 / 인터넷 연결 늘며 해킹 위험 커져 / 영상 유포 처벌 등 안전장치 시급
#1. 지난 6일 광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A(82·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시신에는 별다른 외상이 없었고, 아파트 역시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다. 현관과 엘레베이터 폐쇄회로(CC)TV는 지난달 고장난 상황. 미궁으로 빠져들 것 같았던 사건은 경찰이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하면서 실마리가 잡혔다. 외곽 CCTV에 한 남성의 다리가 스치듯 찍힌 것. 경찰은 CCTV를 하나둘 들여다보며 A씨 둘째 딸의 전 내연남 이모(43)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해결했다.

#2. 직장인 B(29)씨는 회사에서 감시당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난해 사무실로 찾아온 지인과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사장으로부터 “일 안 하느냐”는 전화를 받고나서부터다. 알고보니 사장이 CCTV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근태를 체크하고 있던 것. 직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OO씨 자리가 (CCTV에 찍히는) 명당이다”, “집에서도 TV를 통해 감시한다”며 수군댔지만, 사장은 “안전문제를 위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였다.

공공기관의 CCTV가 80만대를 넘어섰고, 민간의 것까지 합치면 ‘CCTV 1000만대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촘촘해진 CCTV 그물망이 만들어낸 풍경은 이처럼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CCTV는 범죄의 예방과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대판 파놉티콘(원형감시감옥)’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매순간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은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CCTV는 2011년 36만4302대에서 지난해 84만5136대로 2배 이상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범죄예방용과 시설안전용이 각각 40만9028대(48.4%), 39만6590대(46.9%)로 비중이 크다. CCTV가 매년 12∼26%가량 증가해온 것을 고려할 때 올해 안에 100만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간 CCTV의 증가량은 더 가파르다. 2011년 335만대에서 2014년 809만대로 껑충 뛰었다. 어지간한 자가용과 상업용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까지 감안하면 누구든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거수 일투족이 자신도 모르게 CCTV에 찍혀 녹화되고 있는 셈이다.

CCTV는 특히 범죄의 예방과 해결에 역할이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CCTV를 활용해 범죄를 해결한 건수는 2012년 1115건에서 2015년 1만1358건, 지난해 2만1016건으로 크게 늘었는데, 200만 화소 이상 고화질 CCTV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린이집이나 장애인시설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나 학대 사건 등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뺑소니 사망사고 검거율이 100%인 것도 CCTV와 블랙박스 덕분”이라며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도 ‘CCTV 분석력이 곧 수사력’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CCTV가 당초 설치한 목적 외에 누군가를 감시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단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경복궁 외곽 수비를 담당한 한 의경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리본을 단 관람객은 CCTV로 감시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고, 지난 촛불집회 때도 경찰 간부들이 광화문 근처 교통통제 CCTV를 이용해 집회상황을 살피며 현장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철 해수욕장이나 수영장 인근에 설치된 ‘줌’ 기능 고화질 CCTV는 사실상 ‘몰카’로 쓰일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아무렇지 않게 직원 감시용으로 CCTV를 활용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관련 민원이 매년 늘어나면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에 “CCTV 등 전자감시에서 노동자의 개인정보와 인권을 보호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CCTV’가 늘면서 해킹 등으로 인한 유출위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국내의 가정용 CCTV가 중국 해커들에게 대량으로 해킹당해 여성들의 사생활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일부 영상은 음란사이트에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CCTV 1000만대 시대’를 마냥 반기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지금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조항만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부문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게 맞겠지만, CCTV 영상이 악용되거나 유출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재 개인영상보호와 아파트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의 CCTV 규제를 골자로 한 ‘개인영상정보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CCTV는 범죄예방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영상유포나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처벌규정 등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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