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자(66·여·가명)씨 부부의 고정소득은 남편이 받는 국민연금 20만원과 부부의 기초연금 32만원 등 월 50만원가량이었다. 임씨의 소일거리로도 푼돈이 생겼지만 남편이 가끔씩 공사판에 나가 벌어오는 벌이가 더 나았다. 그런데 2년 전 남편이 철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면서 어렵게 10년여간 부어 수급 자격을 얻은 국민연금조차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됐다. 부부는 5년간 매달 받는 연금에서 일부를 떼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임씨는 “국민연금 대출 덕분에 대부업체까지 떠밀려가지 않았으나 위기를 노후자금으로 때워야 하는 처지가 새삼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2년 5월 ‘노후긴급자금대부(실버론)’ 시행 후 올해 4월까지 5년간 노인들이 빌린 총대출금액은 1756억600만원(이용자 수는 4만1115명)에 달한다.
실버론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전월세자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의 명목으로 급전을 빌려주는 대출 제도다. 이율은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현재 1.87%)과 동일하다. 원래는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수요가 늘면서 제도가 고착화됐다. 2015년 7월부터는 대부한도 금액도 최대 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올랐다.
이 제도는 도입 첫해에만 1만152명(398억6800만원)이 이용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듬해 7095명이 272억4700만원을 빌리며 첫해보다 줄었으나 이후 2014년 7198명(276억원), 2015년 7528명(341억원), 2016년 6747명(342억원) 등으로 이용자가 꾸준히 늘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출금액은 120억9100만원(이용자 2395명)에 이른다.
실버론 이용자는 매달 받는 연금 급여에서 대출상환금을 원천 공제하거나 이용자의 여윳돈으로 갚는 등 상환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이용자(99.5%)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깎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버론의 대출상환율은 99.61%에 달한다. 하지만 마지막 노후대책인 국민연금을 당겨 쓰다 보니 나중 생활이 우려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실버론에 대한 수요는 노인들의 삶의 어려움을 드러낸다”며 “노인들은 대부분 의료비와 주거 문제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의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