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낸시 마이어스 감독)에서 70세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은퇴도 했고, 아내와 사별한 지 3년이 지난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은퇴 후 처음에는 무단결근한 것 같은 상태를 즐기기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7시15분이면 커피숍에 나가 사람들 속에서 뭔가의 구성원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며 삶의 빈 구석을 채우고 싶어한다. 마일리지를 이용해 세계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남는 시간은 요가, 골프 같은 스포츠에서부터 중국어까지 섭렵하지만 그를 사로잡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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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숙명여대교수 영화평론가 |
40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해 부사장직까지 맡았던 경험자였지만 인턴으로 일하자니 어려움이 많다. 인터넷과는 무관한 전화번호부를 만들던 회사에 다녔던 그는 동료에게 물어가며 새로운 업무 방식을 익힌다. 문제는 벤의 보스가 대인관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까칠한 3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 줄스(앤 헤서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다양한 능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벤은 그녀를 사로잡아 그를 신뢰하며 인생의 멘토로 여기게까지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 시니어 일자리 외에 많은 시니어가 원하는 민간부문 일자리 비중은 10%대에 그쳐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영화에서처럼 능력과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취업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의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 실시가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시니어 일자리는 대부분 불안정하고 단순 노무직에 쏠리는 상황이므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륜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새 일자리가 창출돼야 할 것이다.
시니어 자신도 이제 그만큼 일했으니 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정신을 가지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 제2막을 멋지게 만들 기회인 것이다.
스페인의 작가이며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20대에는 욕망의 지배를 받고, 30대에는 이해타산, 40대는 분별력, 그리고 나이를 지나면 지혜로운 경험에 의한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지혜로운 시니어의 경험은 캐기만 하면 되는 금밭일 수 있다. 100세시대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의 배려가 함께 제공돼야 할 것이다. 시니어 취업은 분명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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