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동환의 월드줌人] "우리 엄마가 '친딸' 찾는 걸 돕고 싶었어요"

입력 : 2017-06-15 13:00:00 수정 : 2017-06-15 08:13: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태어난 직후 병원에서 뒤바뀐 친딸을 30년 만에 만난 러시아의 60대 여성과 그를 도운 딸이 의료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자기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의구현을 위해 여성은 엄마를 도왔다.

부모가 살인과 알코올 중독 등에 얽힌 사이 고아원에서 자란 여성은 아직도 가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은폐에 바빴던 의료진이 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안 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1987년 1월29일, 첼랴빈스크 주(州)의 첼랴빈스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조야(69)는 아기가 자기나 남편 중 아무도 닮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직후 봤던 딸의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은 밝았는데, 잠시 후 다시 만난 아기의 피부와 머리카락 색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아기가 바뀐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 조야에게 의료진은 그럴 일은 없다면서 나중에 그의 실직을 유발한 정신병 치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야는 “아이가 친자인지 확인해달라는 내게 의사들은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1987년 1월29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州)의 첼랴빈스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조야(69)는 아기가 자기나 남편 중 아무도 닮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오히려 그가 피해망상에 시달린다는 진단까지 내렸다.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뀐 조야의 친딸 루시야(왼쪽)와 조야가 30년간 대신 키워온 에카테리나(오른쪽). 러시아 시베리안 타임스 캡처.


30년간 키운 에카테리나도 자기 딸이라고 덧붙인 조야는 “세월이 흐를수록 언젠가는 ‘진짜 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졌다”고 밝혔다.

핏줄이 아니라면서 진짜 딸을 찾겠다는 조야의 말에 에카테리나도 그를 돕기로 했다. 조야 부부의 뒷바라지 덕에 대학까지 나온 에카테리나는 철도회사에 취직하는 등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

에카테리나는 정말로 자신이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였다면 정의구현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엄마에게 친딸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가슴 속에는 커다란 충격과 엄마를 향한 사랑이 교차했다.

수술 당시 또 다른 임산부가 같은 병원에 있었다던 조야의 기억을 토대로 팔을 걷어붙인 에카테리나는 우랄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친딸’ 루시야를 만날 수 있었다. 무려 30년 만에 말이다.

루시야가 털어놓은 지난날은 비극이었다.

딸이 자기나 아내를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남성은 다른 사람의 아이 아니냐고 아내 엘비라를 다그쳤다. 엘비라가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남성은 이웃 중 한 사람이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해 살인까지 저질렀다. 이 일로 남성은 감옥신세를 지게 됐으며, 이후 연락이 끊겼다.

엘비라는 날마다 술독에 젖어 살았다. 이웃들의 조롱 대상으로 전락한 신세가 고통스러웠다. 결국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등으로 엘비라는 몇 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루시야는 고아원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날마다 돈과 음식을 구걸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다행히 결혼으로 가정을 꾸렸지만,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수십년 만에 알게 된 조야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7년 1월29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州)의 첼랴빈스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은 조야(69·사진 가운데)는 아기가 자기나 남편 중 아무도 닮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오히려 그가 피해망상에 시달린다는 진단까지 내렸다.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뀐 조야의 친딸 루시야(왼쪽)와 조야가 30년간 대신 키워온 에카테리나(오른쪽). 러시아 시베리안 타임스 캡처.


병원이 저지른 일로 두 여성의 인생이 바뀌었다. 한 사람은 순탄한 교육을 받고 대학까지 나와 어엿한 직장을 잡았다. 반면 다른 이는 부모 없이 자라 지금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을 보는 조야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조야와 에카테리나는 의료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아기를 받았던 의사의 성(姓)이 바다노바였다는 걸 잊지 않은 조야는 “이보다 잔인한 일은 없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에 정의가 있다면 반드시 의사들이 처벌받을 거라고 믿는다.

비극적 운명에 휘말린 에카테리나는 “난 괜찮다”며 “우리 엄마에게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