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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국내에서 거둔 수익은 어디로?

입력 : 2017-06-12 10:00:00 수정 : 2017-06-11 2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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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른바 ‘구글세’(稅)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조세회피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소비자들 덕분에 해마다 쑥쑥 커가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유한회사임을 내세워 국내에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는 해묵은 비판부터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본사 배당과 각종 로열티(수수료)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자와 비교해 지속적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글세 도입 등의 정책을 결정한 방통위 상임위원회의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 상임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 1명과 대통령이 1명,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각각 임명하는 차관급 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지난 6일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임명, 대통령과 여당은 모두 3명의 상임위원을 새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유한회사 조세 회피, 소득 해외이전에도 '깜깜이'

국내에는 사실상 법의 테두리 밖에서 활동하는 유한회사 타이틀의 수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있다.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유한회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계기는 지난 2011년의 상법 개정이다. 이를 통해 설립 기준이 완화됐다. 출자자 수 50인 이하, 지분 양도 제한 등의 규제가 풀리면서 누구나 간단한 설립절차를 통해 유한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유한회사라는 이름이 붙으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장점이 크다. 경영이나 재무와 관련된 정보를 외부로 노출할 필요가 없는 비공개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에 유한회사는 폐쇄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는데, 정부가 법적으로 소득의 해외 이전이나 조세회피를 추적하거나 규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은 모두 국내에 유한회사 형태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전세계를 장악한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거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기업의 국내 자본금은 고작 1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설비를 둔 기업들만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똑같이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는 해외 사업자만 유한회사라는 감투를 쓰고 조세를 회피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정당국도 최근 들어 유한회사 형태의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세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오라클이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의 법인을 통해 한국에서 2008~14년 7년여간 거둬들인 수익에 대한 세금을 회피한 편법을 적발하고, 3000억원대 법인세를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오라클은 지난 2월부터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가 비단 오라클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라클의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이를 막으려면 불분명한 규제의 범위와 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의심 사례는 바로 구글의 조세회피처 관련 세금 탈루 의혹이다. 이 의혹은 전세계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으나 국내 관계부처는 여태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미 영국과 이탈리아는 구글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동일한 건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오라클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매출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이전, 원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초 이탈리아의 세정당국에 3억600만유로(한화 약 3800억원)의 밀린 세금을 내기로 합의한 구글이탈리아의 한해 매출은 약 5억3000만유로(약 66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16 대한민국 무선인터넷 산업 현황' 자료를 보면 구글은 국내 플레이스토어에서 1년간 4조4656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으며, 여기에서 발생한 30%의 수수료와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튜브 광고 매출만 감안해도 지난해 국내에서 최소 수조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의 틀 안에 있는 이상 매출이나 수익을 공개할 의무는 없으며, 주요 서비스 역시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과세당국이 이를 조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국계 법인, 국내 벌어들인 수익 본사에 대거 배당

이 같은 조세회피와 해외로 대거 자본을 유출시키는 관행은 외국계 유한회사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다.

재무제표가 공시된 외국계 법인들 사이에서도 본사 배당과 각종 로열티 명목으로 순이익보다 더 큰 돈을 송금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 순이익만 1071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운동복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 벌어들인 대부분의 돈이 본사로 배당되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아디다스코리아가 지난해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순이익보다 많은 1500억원 규모로 배당성향이 140%에 달한다. 배당성향이란 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외국계 기업의 본사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국내에 재투자 또는 사회 환원으로 쓰이는 비용보다 해외로 고스란히 송금되는 자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사 결정에 따른 배당 정책이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11.5% 성장한 것에 비해 배당금이 60% 급증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밖에도 아디다스코리아는 로열티와 국제 마케팅비 명목으로 매출의 14%,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본사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 속한 외국계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곳은 볼보그룹코리아로 무려 192%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본사 배당 총액은 1100억원으로 순이익의 2배 가까이에 달한다.

조사 결과 매출 상위 외국계 기업 44곳의 평균 배당성향은 75.9%였다. 국내 대기업의 23.6%와 비교하면 3배를 넘는다.

이들 외국계 기업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5% 수준으로 사회 공헌활동에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배당금과 로열티 책정이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국내 기업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상거래업체 G마켓과 옥션을 함께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순이익과 배당성향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93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이베이코리아는 1261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서 배당성향 135.6%를 기록했다.

◆韓 사회 기여도 0.05% 수준…'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그렇다면 이 회사의 한국 사회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매출 8633억원을 기록한 데 비해 기부금은 70억원 수준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이 0.008%에 불과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업계 1, 2위를 다투던 G마켓과 옥션의 합병을 승인한 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 롯데, 신세계와 함께 '톱(Top)3'에 드는 거대 유통업체로 자리 잡았다. 당시 합병으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오픈마켓(중개형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3분의 2 이상 차지하게 되면서 혜택이 지나치다는 원성이 물밀듯이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이베이코리아는 지배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보며, 다른 오픈마켓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소셜커머스들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홀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명실공히 국내 온라인 유통의 1인자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기부금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재·언론계를 가리지 않고 사회 각지에 깊게 뿌리 박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에게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유한회사 등의 설립형태 차이를 떠나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김현주·안승진·김지현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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