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중고로운 평화나라 되팔이'를 아시나요?

입력 : 2017-06-10 13:00:00 수정 : 2017-06-16 14:38: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되팔이’이란 제품을 구매해 중고시장에 되파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로 통한다. 이들은 뜻하는 다른 말로 ‘되팔렘’이 있다.

이들 되팔이들은 주로 해외에서만 유통되는 제품을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해 국내 중고시장에 팔거나 정식 유통된 인기 있는 중고·신제품, 한정수량제품을 구매한 후 비싼 가격에 되판다.

여기서 문제는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을 파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며, 중고나 정상 유통되는 제품의 되팔이는 법에 저촉되진 않지만 희소성 등의 이유로 정상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정작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의 정상적인 소비 활동을 방해하게 된다.
수량 한정 제품을 사재기한 남녀.
■ 되팔이 서민들의 재테크인가?
100만원을 전후한 소액의 중고, 신품 중 인기가 높은 물건 위주로 사재기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생활 속 재테크’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재테크라고 말하는 데에는 정상가보다 최대 10만원가량 수고비를 얹어 파는 데서 비롯된다. 시장에 가격이 공개되어 있음에도 이 같은 되팔이가 가능한 데에는 희소성과 ‘빨리 구매하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가 더해진 결과다.

이는 지난해 모 과자 회사의 꿀과 버터가 들어간 과자를 생각하면 쉽다. 되파는 행위는 거창하지 않다. 개인이 운 또는 성실함으로 꿀 과자를 구매해 사람들에게 웃돈을 얹어 판다고 보면 된다.

■ 되팔이 실제로 가능한가?
기자가 취재를 위해 약 일주일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른바 ‘레어(구하기 힘든 물건)’로 불리는 국내 정상유통 중인 새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 글을 올려 되팔이를 시도해 봤다.

그 결과 50만원하는 게임기의 경우 당일 10만원을 얹어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나타났다. 게임기와 함께 구매한 한정판 게임CD는 구매가보다 2만원 비싸게 팔 수 있었다. 물론 이익은 취하지 않았고 정상가격에 팔았다.
반면 IT기기의 경우 수요파악을 잘못했는지 구매가에도 팔리지 않아 개인용도로 사용하게 됐다.

거래를 위해 만난 몇몇 사람들은 비싼 가격에도 구매를 결정한 이유로 “빨리 사용하고 싶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이에 기업 홍보팀에서 들은 판매일정 등을 설명하며 “조금 기다리면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정가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기다리기 싫고 참작할만한 수준”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되팔이는 처음 시도한 기자도 가능했다. 하지만 수요파악, 인기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물건을 떠안거나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등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구매한 게임기. 거래회전이 활발해 선택했다. 정상가보다 10만원 비싸게 내놔도 구매자가 나타났다.
기자와 같은 게임기를 구매한 사람. 물량이 풀리면서 되팔이에 실패했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금전적 손실을 봤다. (사진= 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 되팔이의 일등고객은 30대 싱글남성?
단 일주일간의 취재로 전체를 파악할 수 없지만 기자에게 물건을 구매한 사람들과 기자가 만난 중고 거래 경험자들은 모두 30대 남성이었다.

이들은 급여를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고 누군가의 허락이나 동의를 구할 필요 없는 30대 미혼 남성들이었는데, 이들에게서 빨리 사용하고 싶다는 이유가 컸지만 이외에도 돈은 있지만 시간 부족으로 이 같은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30대 중반의 직장인 남성은 “충동구매 느낌은 분명 있지만 부담 없는 선이면 구매한다”며 “구매를 위해 회사를 쉴 순 없다. 큰 부담이 뒤따랐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에 사는 30대 초반 남성은 “지방은 서울처럼 쇼핑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정상 유통되더라도 구매하기 힘들다”며 “울며 겨자 먹는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유부남 한 명이었는데 그는 “제품을 너무 가지고 싶어서 아내에게 받은 용돈을 4달간 모았는데 (기자가) 되팔이가 아니어서 고맙다”고 말해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한편 물건을 되파는 사람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되팔이를 하는 몇몇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본 결과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여성도 일부 있었다.
한정판 게임CD 패키지는 구매가보다 2만원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용감한 유부남이 구매했다.
■ 되팔이의 문제점은?
처음 언급했듯 해외 제품을 인터넷으로 직접 구매한 후 이러한 제품을 다른 이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관세법상 밀수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지금도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직구 물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로 넘친다.

또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물건값만 받고 제품을 보내지 않는 사기와 애초 판매한다는 제품과 다른 상품을 보내는 허위거래도 빈번하다. 이중 사용상에 문제는 없지만 제품성이 떨어지는 제품과 고장 난 제품 판매도 이뤄진다.

중고거래 사이트 관리자는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직접 거래를 진행하고 사기 이력을 사이트 등에서 확인하며 판매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를 보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금도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직구 물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로 넘친다.  (사진= 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직구 제품을 되팔다 적발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개인이 정상 유통된 제품을 노력으로 선점하고 이를 되파는 행위는 법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개인의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약간 웃돈을 얹어 팔아도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의 구매를 방해하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이들 되팔이들은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