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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국이 한국에 제시하는 사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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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9 20:53:00 수정 : 2017-06-09 21: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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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레드라인’ 한국에 통보
연내 배치 완료 수정 예의주시
한국, 시간 끌기 전략은 미봉책
합의 지키며 中 반발 무마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문 대통령의 상대역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좌충우돌을 일삼는 기괴한 변칙 플레이어이다. 양국 외교 당국자들은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빈번한 조율을 통해 사전에 시나리오를 짜놓게 마련이다. 의제와 회담 이후 발표할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 등도 사전에 다 준비한다. 그렇지만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 간 ‘케미스트리’에 따라 대화의 범위와 밀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에 앞서 홍석현 대미 특사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5분가량 만났다. 트럼프는 홍 특사가 집무실로 들어서서 인사말을 건네기도 전에 밑도 끝도 없이 “힘을 통해 협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 특사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홍 특사는 그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잠시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히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고, 커리어 정치인이 아니라 비즈니스 오너 특유의 스타일로 대화를 했다”고 소개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식으로 화제를 바꿨다”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전에 잘 연구하지 않으면 당혹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면담 소감을 밝혔다.

홍 특사가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기업 오너 같은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취임 100일을 맞아 한 외신과 회견하면서 “한국이 사드 포대 배치 비용 1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책임자들이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그 누구도 10억달러라는 사드 배치 비용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0억달러라는 액수가 비교적 정확했기 때문에 트럼프의 외교안보팀 책임자들은 그 액수를 누가 트럼프에게 보고했는지 확인을 해보았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그때 지목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다. 쿠슈너가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중국 측 당국자로부터 “10억달러나 드는 사드를 왜 한국에 배치하려 하느냐”는 얘기를 들었고, 이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같다고 이 소식통이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한국 측에 사드 비용을 대라고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그것은 한·미 양국 간 합의에도 배치되기 때문에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맥매스터 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5월1일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사드 문제가 거론됐고, 사드 비용은 기존의 합의대로 미국이 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그의 추인을 받았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그때 이후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 인사들이 사드 비용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한·미동맹의 근간을 깨는 것이라는 ‘레드 라인’을 한국 측에 이미 통보한 상태라고 한다. 미국은 한국이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 연내 완료라는 계획표를 수정하려 드는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문 대통령에 대해 연구를 해왔고, 알 만큼 안다”면서 “사드 배치 합의 파기와 같은 뇌관을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사드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든, 그렇지 않든 이번에 이 문제를 일단락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드 배치 시간 끌기 전략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한·미 간 기존 합의를 지키면서 중국 측의 반발을 무마하는 정공법을 선보여야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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