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현주의 일상 톡톡] 치매로 상처 입은 가정, 국가가 나서 치유한다

입력 : 2017-06-10 05:00:00 수정 : 2017-06-10 08:55: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령화 사회를 맞아 급증하는 치매 질환을 국가가 맡아 관리하는 '치매 국가책임제'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 1호'로 추진하는 이 제도는 그간 치매 환자 가족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대부분 국가가 대신 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72만 여명인데요. 오는 2024년 100만명, 2041년 200만명, 2050년 270만명으로 가파른 증가가 예상됩니다. 환자(개인)에게 드는 연간 관리비용은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2033만원이며,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총 13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2050년이면 총비용이 106조5000억원으로 불어나 GDP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막대한 비용의 대부분을 지금처럼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당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큰 현실입니다. 환자 간병 문제를 놓고 다투다 가정이 파탄나거나 살인 및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진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전격 도입한 것은 국내 사회복지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라는 평입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언젠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제도의 정착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지만 시행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듯 합니다. 사업 재원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서 충당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인데 막대한 비용 문제로 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다른 질병 환자들이 상대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공적 요양기관이 치매 환자를 맡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불미스러운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관계 부처가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다만, 치매 환자를 국가가 관리해 준다고 해서 환자나 가족의 책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일부에서는 환자 가족의 도덕적 일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환자 가족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제도적 예방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가족에서 국가책임으로 하반기부터 치매 관리 패러다임의 대변혁이 시작된다.

인프라 확충, 경제부담 완화, 환자 관리대상 확대 등이 이루어질 경우 치매 환자 73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요양등급 기준이 완화되면 수혜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치매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첫 단계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각 보건소마다 있는 치매상담센터는 전담 인력이 1∼2명에 불과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치매 관리 사업까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다.

현재 운영중인 47개 치매지원센터는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 일부 지역에서 지방재정으로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이나 대학 산학협력단 등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47곳 가운데 25곳이 서울에 몰려있다. 경기와 인천 각 5곳, 대구 4곳, 전북 3곳, 울산 2곳, 부산과 세종, 충남이 각각 1곳으로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1600억원을 투입해 치매지원센터를 모델로 하는 치매안심센터가 205곳에 추가로 설치되면, 전국 대부분의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들어서 해당 지역의 치매 관리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정부, 올해 1600억원 투입…치매안심센터 205곳 추가 설치할 계획

치매 환자와 가족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부터 교육, 조기 검진,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연계, 돌봄까지 필요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게 된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사회복지사·정신보건전문요원 등 센터에 배치되는 인력도 현재 10명 안팎에서 20명 내외로 2배 가량 늘어나게 된다.

센터에서는 치매 환자 관리와 가족에 대한 의료·복지 통합 서비스 지원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치매 예방과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사업, 조기 발견 사업 등을 맡는다.

추경에는 치매전문병동 확충 예산도 포함됐다. 현재 공립요양병원 79곳 중 34곳에 치매전문병동이 설치됐으며, 나머지 45곳에 추가로 설치하는데 600억원을 투입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치매에 대한 본인 부담률은 병원이나 항목에 따라 20∼60%로 천차만별이다. 이를 1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은 치매에도 다른 중증·희귀질환처럼 산정 특례를 적용, 진료비를 4대 중증질환에 가까운 수준으로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장률이 가장 높은 4대 중증질환의 본인 부담률은 8.6%다.

◆치매 본인 부담률 줄어들면 환자가족 경제적 부담 덜 수 있을 듯

새 정부 계획대로 치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이 낮아질 경우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크게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환자에게 드는 연간 관리비용은 1인당 2033만원(2015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국가적으로 보면 총 13조2000억원으로, GDP의 0.9% 수준이다. 하지만 2050년에는 총비용이 106조5000억원으로 증가, GDP의 3.8%를 차지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혜 범위도 해마다 늘어나게 된다.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72만5000명(올해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2024년 100만명, 2041년 2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치매 등 노인성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등급에 따라 요양이나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도 커진다.

문 대통령은 치매 환자 모두가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증부터 중증까지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 산정 기준을 완화하면, 더 많은 환자가 증상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환자 가족들은 등급 판정 절차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평소 치매를 앓던 환자가 판정을 맡은 의사를 마주하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실제 상태보다 낮은 등급을 받거나,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초기 증상부터 국가 관리를 받게 되면 질환의 악화 정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적절한 등급판정이 가능해지고, 여기에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본인 부담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경제적 부담까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적색 신호등'…보험료 인상 불가피

다만, 단기간의 지원 강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경계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환자 수에 따라 요양급여가 지급되는 요양원의 경우 운동과 재활이 아닌 단순한 수용에 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를 허위 등록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빼돌리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세곡동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노인들과 화분 만들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뿐만 아니라 치매 국가책임제로 수혜자가 급증할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적색 신호등'이 켜지는 만큼,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도 설득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