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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휴가 즐기는 대통령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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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9 21:41:25 수정 : 2017-05-29 21: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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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초기에 주인공이 고초를 겪는 과정이 그려진다.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억울함에 안타까워할 때쯤 드라마는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반전을 통해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시청자들은 여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취임한 지 20일가량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초반 행보를 보며 많은 국민이 드라마 클라이맥스 장면을 볼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하다. 취임식에서의 ‘탈권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 위로 등의 행보에 ‘파격의 연속’, ‘감동의 드라마’ 등 수식어가 등장하고 있다. 불통 논란을 겪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르게 문 대통령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문 대통령의 성격이 소탈하고 격의 없기에 가능한 모습일 듯싶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취임 초 문 대통령의 격의 없고 소탈한 모습이 휴가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앞으로 두 달 정도만 있으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단어는 독서와 정국구상이다. 대통령이 휴가에서 읽은 책은 늘 화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경희대 부교수의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읽었고, 이 책은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다룬 ‘넛지’ 등을 휴가 때 읽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등 수십권을 임기 중 휴가 때 탐독했다. 그 이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래와의 대화’, ‘비전 2010 한국경제’ 등을, 김영삼 전 대통령도 ‘미래의 결단’ 등을 휴가지에서 읽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책벌레’여서 휴가 때 책만 읽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또 휴가 때 사진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푸른 나뭇잎을 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정국 구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휴가 때마저 일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감 때문에 휴가를 편히 즐기기가 힘들 수 있다. 그래도 휴가는 휴가다. 이젠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멀리 떨어진 휴가지에서 골프를 치는 미국 대통령 등 다른 나라 대통령의 휴가 모습은 아직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휴가 가서 여행지를 둘러보고, 격의 없이 지역민과 어울려 막걸리나 지역 소주를 앞에 두고 지역 대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임기 5년 동안 여름휴가는 다섯 번 있을 것이다. 거기에 겨울에도 휴가를 가고, 봄과 가을에도 짧은 휴가를 즐길 수도 있을 듯싶다. 그러면 전국 광역시·도를 한 번씩 들러 휴가를 즐기고, 지역민을 만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5월8일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약속했다. 휴일만 늘릴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야 휴가를 즐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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