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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2.0 바둑 알고리즘 강력 / 361개 착점… 모든 계산 어려워 / 무엇을 버릴 건지 정확한 결정 / ‘정보손실 최소화’ AI 기술 핵심 돌아온 알파고 2.0이 바둑 세계 최고수라는 중국의 커제를 완파했다.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새로운 실험으로 인간과 알파고가 팀을 이루는 복식게임도 등장했고, 5명의 프로기사가 팀을 이루어 알파고와 대국하는 방식도 더해졌다.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지만 1년 전 이세돌을 연파할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다. 인공지능(AI)은 공상영화에나 나오는 것으로 알던 장삼이사도 웬만큼 익숙해졌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아직 서구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데도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수용이 빠른 이유가 우리 국민이 알파고의 충격을 목전에서 겪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새 알파고는 무엇이 달라진 걸까. 기존의 기보를 안 보고 알파고끼리 대국을 반복하는 학습만 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정정 발표가 있었다. 무작위성 기법 사용을 중단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신빙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새 알파고 알고리즘을 실행한 하드웨어는 가벼워졌다. 지난해에는 1920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가진 기계와 뇌 하나의 인간이 대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텐서처리장치(TPU) 2개를 사용한 하드웨어 때문에 구글의 TPU가 커제를 눌렀다는 기사가 많았다. 점입가경이다. 강력한 슈퍼컴이 없어서 그동안 이세돌과 커제를 못 이겼던 것이라고 믿는 걸까. 큰 방을 가득 채운 장치는 눈에 딱 들어오지만 그 위에서 돌고 있는 알고리즘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쩌랴. 최신 TPU 두 개의 연산능력은 세계 500위권 슈퍼컴의 반도 안 된다. 기계학습은 소수점 아래로 길게 가는 계산이 필요 없으므로 이것을 줄여서 계산 효율성을 높인 게 TPU다. 기상예보 같은 수치계산은 잘 못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지난해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때 많은 사람은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던 장면을 떠올렸다. 딥블루는 체스게임에 특화된 슈퍼컴 하드웨어에 체스두기 알고리즘을 탑재한 일체형이고, 알파고는 범용 컴퓨터에 돌리는 바둑두기 알고리즘이다. 이 두 사건은 과연 닮은꼴 사건일까. 그렇지 않다. 체스 상대방이 한 수를 두면 내가 둘 수 있는 수가 몇 개로 정해진다. 그다음에 상대방도 둘 수 있는 수가 제한되고. 이런 방식으로 가능한 게임시나리오를 다 계산해 보면 평균 2억개쯤 된다. 모든 경우를 다 두어 보면 내가 둘 수 있는 각 점의 승리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딥블루는 전수계산으로 이걸 해냈다. 계산자원의 승리, 즉 하드웨어의 승리다. IBM은 체스게임 전용 슈퍼컴을 개발하는 데 큰돈을 퍼부었지만 광고효과로 슈퍼컴을 많이 판매했으니 아마도 남는 장사였던 것 같다.

알파고는 다르다. 총 361개의 착점이 있는 바둑판에서 가능한 게임시나리오가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 무한정 하드웨어에 투자해도 이걸 다 두어볼 수 없으니, 착점별 승리확률을 계산해낼 방법이 없다. 알파고는 이길 가능성이 작거나 고려할 필요 없는 엄청나게 많은 시나리오를 제거하고 일부만 골랐다. 30초 동안 평균 10만번 정도만 두어 보고 각 착점의 승리 확률을 계산했다. 어떤 경우를 배제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딥러닝(심층학습)이나 무작위 검색 등을 조합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러니 알파고 사건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승리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잘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AI기술의 핵심은 일부 언론이 그려낸 알파고처럼 1000여개의 두뇌를 가진 ‘계산자원’이 아니라 혁신적인 수학 알고리즘으로 ‘계산자원의 필요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라는 것이다. ‘큰 데이터를 적은 데이터’로 바꾼 것이다. 이러면 계산 안 되던 문제가 계산이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거대 문제를 작은 규모 문제로 바꾸면서도 정보손실을 최소화하는 수학적 알고리즘이 미래인공지능기술의 핵심인 셈이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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