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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태평양은 내거야"…격화되는 미중 항공모함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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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8 08:00:00 수정 : 2017-05-28 09: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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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험운항에 나선 미국 핵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강력한 해군을 보유한 국가가 세계적으로 더 강력한 영향력을 점유할 수 있다.”

미국의 해양전략가 알프레드 마한(1840~1914)은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서 ‘해양력’(Sea Power)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해군력이 전쟁의 결정적 요소라고 주창했다. 1890년대 유럽 열강의 해군력 경쟁에 불을 붙인 마한의 주장은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다만 해군력 경쟁의 무대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20세기부터 태평양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미국 해군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 해군이 태평양에서 철수하면서 태평양을 ‘미국의 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 바로 중국이다.

경제력이 급신장하고 첨단 기술을 축적하면서 중국은 해군력 강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중국 대륙 인근 해역에서만 작전을 펼치던 중국 해군은 인도양과 대서양, 홍해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여기에 항공모함을 건조함으로서 본격적인 대양해군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미국 역시 기존의 니미츠급 핵항공모함을 대체할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태평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제럴드 포드의 함교. 신형 다기능 레이더를 장착해 탐지범위가 넓어졌다.
◆ 첨단 기술 집약된 美 차세대 항모 제럴드 포드

건조비가 14조원이 넘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미국 핵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는
미 해군이 기존의 니미츠급 항모를 대체하고자 계획한 포드급 항모 세 척 가운데 첫 번째 함으로 제럴드 포드는 배수량이 10만1600t에 달하는 초대형항모다. 니미츠급과 비슷한 크기지만 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F/A-18E/F와 F-35C 전투기 44대, E-2D 조기경보기 5대, EA-18G 전자전기 5대, MH-60R/S 해상작전 헬기 19대 등 8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하며 최신형 A1B 원자로 2기를 통해 20년간 동력을 무제한 공급받는다. A1B 원자로 2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기존 항모보다 250%가 더 많다. 덕분에 니미츠급처럼 원자로로 증기터빈을 돌리는 방식 대신, 원자로의 열로 발전용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모터를 돌려 추진하는 핵-전기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이같은 방식은 수중에서 항공모함을 추적하는 적 잠수함에 포착될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F/A-18E/F가 항모에 착륙하고 있다.
최신형 전자식 사출장치(EMALS)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전력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사출장치(캐터펄트)는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탑재한 함대기들이 항모의 짧은 비행갑판을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도록 한다. 제럴드 포드함에는 기존의 증기식 장치가 아닌 EMALS가 장착됐다. 니미츠급 항모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고온고압의 증기를 이용해 사출장치를 작동시켜 함재기를 100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비행갑판에서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게도 무거워 항모의 탑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다 운영에 필요한 인력규모도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전자식 사출장치는 증기 사출장치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피와 무게도 많이 줄어든 반면 출력은 더 강화됐다. 다만 강한 추진력 때문에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한 함재기에서 기체피로가 발생하고, 적으로부터 고출력 전자기파(EMP) 공격을 받으면 무력화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재기의 착륙은 강제형 착륙장치(AAG)를 사용한다. F/A-18E/F와 F-35를 비롯한 기존의 전투기는 물론 미 해군의 X-47 무인기까지 착륙이 가능하다.

제럴드 포드함은 미 해군 항공모함 가운데 처음으로 위상배열레이더를 사용한다. 미 해군의 첨단 구축함으로 ‘꿈의 함정’으로 불리는 줌월트에도 사용중인 SPY-3 다기능 레이더를 사용한다. 자동화율도 니미츠급보다 높다. 때문에 제럴드 포드함 승조원 규모는 4660명으로 기존 항모보다 25%가량 줄어들었다. 현재 시험운항중인 제럴드 포드함은 전력화 시험 등을 거쳐 2021년까지 태평양 해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 해군의 프리깃함이 하와이에서 열린 림팩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 항모 운영 위해 수십년을 투자한 중국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해상에서 ‘해군판 인해전술’을 추구했다. 다수의 함정을 건조해 연안을 지키면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해군력 증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서방측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할 수 없었던 중국으로서는 첨단 전자장비로 구성된 군함을 독자 건조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과도기적 성격으로 1990년대 러시아에서 소므레멘니급 구축함과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한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후 건조 중이던 함정들이 방방치되아 있었는데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18, 19번함도 마찬가지였다. 고성능함정이 필요했던 중국은 1996년 6월 18, 19번함 건조비용을 러시아 대신 지불하고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번함은 1999년 12월, 2번함은 2001년 1월 인수했다. 이후 2척을 추가 주문해 2005년까지 모두 4척을 확보한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 중국은 랴오닝함을 통해 항모 전단 운용에 필요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이후 중국은 자체적으로 구축함과 초계함을 건조하면서 기술을 확보했다. 성능은 낮지만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호위함부터 함대 방공을 책임지는 방공구축함, 해군육전대가 상륙작전에 사용할 상륙함 등을 만들면서 군함 건조 경험을 조금씩 확보한 중국은 대양해군의 상징인 항공모함 건조를 시도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랴오닝함과 후속함이다.

랴오닝함은 구소련이 건조하다 중단했던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2번함 바리야그를 중국이 완성한 함정이다. 사출장치 기술이 없던 구소련은 스키점프대를 설치해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을 통해 항모 운용경험을 쌓은 후 증기식 사출장치 탑재 항모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로 모든 계획은 취소된다. 바리야그 역시 공정율 70%에서 건조가 중단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국유화했다. 항공모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자 했던 중국은 홍콩의 작은 회사를 앞세워 해상 카지노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1998년 2000만달러에 바리야그를 사들였다. 중국은 1980~1990년대 호주의 퇴역항모 멜버른, 러시아의 퇴역항모 민스크와 키예프, 퇴역 헬기항모 모스크바를 고철용으로 구입해 분석하면서 항모 건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2002년 중국에 도착한 바리야그는 다렌조선소에서 장기간 머물다가 중국제 장비를 장착해 2012년 9월 랴오닝함이라는 이름으로 취역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한 러시아제 Su-33 함재기의 시제품을 기반으로 만든 J-15 함재기를 탑재한 랴오닝함은 취역 3개월만에 J-15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훈련을 공개해 항모 운용 노하우 확립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랴오닝함은 미국처럼 비행 유도요원들의 옷차림이 색깔별로 나뉘었고, 동시에 여러대를 이륙시켰다. 중국은 항모운용국들 중에서 자국과 이해관계가 겹치지 않는 브라질에 해군과 해군항공대 요원들을 비밀리에 파견해 노하우를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함을 확보한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 운영을 위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2013년 11월에는 남중국해 하이난 섬 일대에서 항공모함 전단 형태의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12월말에는 항모 전단을 동반하는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에 나섰다. 다롄을 출항해 서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한 후 대만 동남부를 거쳐 하이난섬 해군기지로 향했다. 남중국해에서 J-15 함재기 이륙 훈련을 실시하고, 올해 1월 11일 대만해협을 거쳐 다롄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대만과 일본, 미국 등은 랴오닝함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랴오닝함에 착륙한 J-15 전투기.
한편 중국은 지난달 26일 다렌에서 국산 항모 001A를 진수시켰다. ‘산둥’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001A 항모는 랴오닝함과 외형은 유사하지만 배수량이 다소 늘어났다. 함교 크기는 줄어들어 비행갑판이 넓어져 함재기 운영이 더 용이해졌다. 랴오닝함은 24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반면 001A 항모는 40대까지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상하이에서 세 번째 항모를 건조해 2021년 진수할 예정이다. 또한 랴오닝함의 해상보급을 지원할 5만t급 대형 해상보급함을 연내 배치하는 한편 항모를 보호할 1만t급 055형 구축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랴오닝함과 001A 항모의 운영이 안정화되면 중국은 증기식 사출장치를 갖춘 002 항공모함 건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랴오닝함과 001A 항모는 인도양이나 남중국해에서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위협을 줄 수는 있으나 미국 핵항공모함과 정면 대결할 능력은 없다. 미국 핵항공모함과 비슷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증기식 사출장치가 필요하다. 증기식 사출장치를 갖추면 냉전 시절 미국이 운영했던 미드웨이급이나 키티 호크급 재래식 항모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 때문에 001A 항모부터는 증기식 사출장치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사출장치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랴오닝함의 스키점프대를 답습했다. 중국은 지상시설에서 증기식 사출장치를 설치해 가동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증기식 사출장치가 항모에 탑재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상과 달리 매우 제한적인 공간에서 다른 시스템과 결합된 이후에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항모의 무게중심에도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항모 건조 경험이 일천한 중국으로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태평양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전략에 변화가 없는 한 2020년대 증기식 사출장치를 갖춘 재래식 항모와 프랑스의 드골급 핵항공모함과 유사한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을 건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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