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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5만명 참석… 희망나비 1004마리 날려

입력 : 2017-05-23 22:08:28 수정 : 2017-05-23 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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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원 절반 봉하마을 집결/ 한국당선 사무총장 대리 참석/“盧 있었다면 야, 기분좋다 할것”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야, 기분 좋다!”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대통령의집’ 안내해설 자원봉사자인 고명석·김용욱씨 등이 23일 입을 모아 말했다.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오늘 이같이 말했을 것’이라고 같은 생각을 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내려와 한 말을 떠올린 것이다.

이번 추도식은 진보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실감케 했다. 분노와 슬픔으로 어수선했던 이전 추도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15년 6주기 추도식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대놓고 비판해 파장이 일었다. 이듬해 7주기 추도식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시민들의 야유와 욕설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날 추모객들은 문 대통령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해 줄 것이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미움과 증오의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전 (추도식)에는 비장함, 결기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는 다들 편안한 표정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김해=청와대사진기자단

봉하마을에는 이날 새벽부터 인파가 몰려 역대 최대인 5만여명(노무현재단 측 추산)의 추모객이 방문했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70여명이 집결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는 당대표로서 김동철,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개인 사정이 있어 못 간다”며 박맹우 사무총장을 대신 보냈다.

이날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에게 ‘민주정부 3기’의 출발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정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보 노무현이 시작한 ‘이산(移山)’의 역사를 새로 출범한 민주정부가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노무현 정신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시인이기도 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추모시 ‘운명’을 낭독할 땐 식장은 그리움과 감격의 눈물바다가 됐다. 도 의원이 낭독 말미에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고 외칠 때 건호씨는 울컥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추도식 내내 눈물을 참았던 문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나비 1004마리 날려보내기’ 행사에서 급히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갔다.

유족 인사말을 위해 무대로 올라선 건호씨는 최근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로 인해 머리를 삭발한 채 등장했다. 그는 “정치적인 의사표시도, 사회불만도, 종교적 의도도 아니다”며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여드리게 됐다”고 농담을 건넸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사무치게 뵙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옆자리의 권 여사를 위로하면서도 건호씨를 바라보며 흐뭇한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권 여사, 건호씨 등은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추도식 직후 권 여사를 예방했다.

김해=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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