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바논과 이라크의 정치인들은 “이란이 (중동의) 파괴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트럼프의 언급을 전해들은 뒤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 백지수표를 위임받은 셈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레바논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라크는 전체 주민의 70%가 시아파로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레바논은 트럼프가 헤즈볼라를 테러단체인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동일시한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현재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는데 트럼프가 아사드 정권 붕괴에 나설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아인 아운 레바논 의원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지면 그 파도가 레바논을 덮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IS 격퇴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해 이란과도 협력하고 있는 이라크도 이번 트럼프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즉각 사우디 대사를 불러 트럼프가 연설한 리야드 회의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이란을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사우디에 치우친 미국의 중동 정책이 예멘 사태와 같은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예멘은 후티 반군을 목표로 한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으로 지난 18일 23명이 사망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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