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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친한 사람과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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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21:51:16 수정 : 2017-05-23 2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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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과 같을 것으로 착각 많아
각자의 관점 인정·이해하는 노력 필요
5월, 가정의 달에 한 가지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흔히 가족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부모나 배우자의 심리적 지원이 버팀이 되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칠 때 이를 호소할 수 있고, 격려를 받을 수 있고 그래서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그런데 과연 가족이 항상 긍정적인 힘만 되는 것일까. 때로는 가족끼리의 갈등이 인생이 다 무너질 것 같은 쓰라린 고통을 주기도 한다. 가족 간의 대화는 거의 언어폭력에 가까울 때가 많다.

원색적인 싸움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가족 내에서이다. 그 어떤 직장 동료에게도 할 수 없는 험한 말을 가족끼리는 아무런 스스럼없이 내뱉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기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감정이 상하고 험한 말이 오가더라도 가족이라는 관계를 없애거나 취소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족이나 연인이나 가까운 사람끼리 오히려 더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친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을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친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종종 말머리가 “그거 있잖아, 왜…”로 시작되곤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한 ‘그것’을 자신과 친한 사람일수록 잘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상대방은 기대만큼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신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확실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밀한 상대와 자신의 마음이 같을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이로 인해 상대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약화된 것이다. 바로 ‘친밀 소통 편향’이다. 친밀하다는 느낌 때문에 소통의 기준점이 편향된 것을 의미한다.

친하지 않은 사람을 접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 대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친한 관계에서는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고 착각한다. 동시에 상대가 나를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신과 상대방을 가깝고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돼 자신의 틀에서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판단해버리고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된다. 즉, 친밀감은 나와 상대방을 서로 다른 독립된 유기체로 만드는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 결국 이는 인지적 편향인 친밀 소통 편향으로 이끈다. 관계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런 편향은 심해진다. 또한 아주 작은 한 부분에서 서로가 가진 유대감이 다른 부분 전체에 소통을 잘 하게 해줄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친할수록 상대와 내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의 의도와 관점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도 나처럼 동일한 편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나와 상대가 갖는 이런 생각은 각자의 착각일 뿐 결국 이런 차이로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사실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와 자녀, 배우자, 몇십년지기 친구 사이의 친밀감이 관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친밀감이 서로의 소통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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