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17일(현지시간)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을 조사할 특검을 임명하기로 한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방침을 뒤늦게 보고받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특검으로 임명된 로버트 뮬러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조지 W 부시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를 거치며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의 임명 소식에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보좌진들은 경악했다는 게 CNN방송의 보도이다. 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 등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겉으론 태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열린 미국해안경비아카데미 졸업식에서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미국해안경비대로부터 칼 한 자루를 선물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장관이 “언론에 사용하라”며 농담을 건네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뉴런던=AP연합뉴스 |
“독립 조사위원회 필요” 미국 민주당의 엘리야 커밍스 하원의원(메릴랜드·가운데)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애덤 시프(캘리포니아·왼쪽), 조 크롤리 하원의원(뉴욕)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커밍스 의원은 이날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특검 임명으로 대선 이후 백악관을 옥죄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론이 좀 더 힘을 받을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상원에서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의 알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사법방해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저스틴 아매쉬 하원의원은 ‘코미 메모’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아매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코미 전 국장을 더 신뢰한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탄핵의 영역 속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거겐 교수는 “사법 방해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최대 혐의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려 했고, 코미 전 국장이 이를 거부하자 해고했다”고 밝혔다. 탄핵론이 비등한 실정이지만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경우는 없다.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탄핵을 피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상원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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