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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제 잔재 교육감→교육청장으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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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03 21:22:43 수정 : 2017-05-03 2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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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교감과 교육감 명칭을 ‘부교장’과 ‘교육청장’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의 교감과 교육감이라는 명칭은 통용의 모호성, 의미의 위계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식민지 잔재 청산이란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명칭 변경은 교육의 본질보다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학교의 경직화와 수직적 관료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회계의 운영과 행정실의 감시 기능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가깝다.

첫째, 의미의 위계성 문제가 있다. 스위스의 언어학자이자 기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기호학적 해석에 의하면, 코노테이션과 디노테이션의 문제는 중요하다. 디노테이션이 대상을 지시하는 표시인 반면, 코노테이션은 대상에서 생겨나는 연상적 의미작용, 즉 내포를 일컫는다. 이 양자 간 불일치 문제가 생길수록 정확한 의미나 내용의 전달은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위계적으로 보았을 때 교육장이 높을까. 아니면 교육감이 높을까. 답은 교육감이다. 교육장은 기초 단위지역의 교육구를 총괄하는 직책인 반면, 교육감은 광역시도의 교육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교육장이 더 높은 위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자와 ‘감’자가 주는 연상 작용 때문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둘째, 통용성의 문제가 있다. 교감과 부교장 중 어느 쪽이 통용성과 의미의 전달력 면에서 효과적일까. 당연히 부교장이다. 교감은 법적으로 학교장을 보좌하고 학교장 유고시 교장을 대리하는 학교장의 차하(次下)서열이다. 실제로 직무 수행 중 교장이 직위해제 등의 징계를 받을 경우 교감이 그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또한 부교장이란 명칭이 그 지위와 역할 면에서 직무적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셋째,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세계적인 명칭이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부교장으로 부른다. 중국도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학교에서 부교장으로 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부교장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김수환 추기경도 성신학교의 부교장직을 역임했다. 교육현장에 여전히 일제풍의 용어와 명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명칭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제의 잔재청산이란 의미도 크다. 주임교사란 명칭도 부장으로 부른 지 오래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변경했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소학교란 명칭이 아니었음에도 일제 때 붙여진 이름이란 이유로 변경한 것이다. 현재 일본식 작명 방식에 따라 지어진 동·서·남·북 등이 들어간 학교명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유치원도 유아학교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유치원이란 명칭을 썼지만 1945년 이후 유아원으로 바꿨다. 교감이나 교육감 명칭도 마찬가지다. 일제에 의해 붙여진 직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경우다. 식민지 잔재청산이 단순한 기억투쟁이 아니라면 교감과 교육감 명칭을 바꿔야 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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