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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과 생활고에 지쳐 반신불수 아버지 죽인 30대 아들, 징역 7년

입력 : 2017-04-26 20:39:07 수정 : 2017-04-26 20: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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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뇌경색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7년형이 떨어졌다.

2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속살해 범죄는 그 죄질이 극히 나쁘고 비난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불우하게 지내왔음에도 직장마저 그만두고 간병을 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자수를 했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선처한 형량임을 알렸다 .

A씨는 "아버지가 이전부터 '죽고 싶다. 죽여 달라'면서 목에 끈을 묶고 다니는 등 실제 죽으려는 시도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며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를 주장했다.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살인죄나 존속살해죄의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내지 7년 이상에 비해 낮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시적 기분이나 격정상태에서 이뤄진 의사표시는 촉탁 내지 승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말했다.

또 범행 당시 A씨 아버지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던 것도 "살해 촉탁·승낙이 아닌 약 한 달 간 물 이외의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상태로 기력이 탈진해 반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A씨 주장을 물리쳤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약 8개월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이불을 잘라 만든 헝겊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A씨는 아버지가 같은 해 5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오른쪽 반신을 잘 쓰지 못해 거동이 불편해지자 간병을 하며 함께 생활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한 후 경제적 능력이 없어 어린 시절 어려움을 겪었던 A씨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가 자신이 준 용돈을 노름에 탕진한 사실 등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시작한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생활비가 떨어지자 아버지에게 '게으르면 죽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생각으로 "함께 굶어죽자"고 말한 후 물 이외에 아무 음식도 주지 않았다.

자신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음식을 먹지 않던 A씨는 같은 달 29일 오후 6시 막다른 선택을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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