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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주의, 교리 아냐… 기혼자 사제 임명 고려해야”

입력 : 2017-04-25 20:58:02 수정 : 2017-04-25 20: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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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재검토 시사 / 젊은 성직자 감소에도 대책 없어 / 교황청 내부서도 ‘갑론을박’ 벌여 / “결혼한 사제 모세 시절부터 존재” / 밀링고 전 대주교, 차별 금지 주장 / “결혼한 전·현직 성직자 양성화 통해 가정서 가족과 미사 문화 만들어야”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혼한 사람에게도 사제 서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 CNN은 최근 교황이 “‘결혼한 사람도 사제로서 서품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이탈리아 현지 신문인 ‘시타 델 바티카노’와 인터뷰에서도 성직자 독신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황청 전문 매체인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교황은 “독신주의는 교회의 교리가 아니고 규율이라고 2006년 브라질에서 이미 선포한 바 있다”면서 “사도들 대부분은 결혼했던 것을 우리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현대 교회가 교회의 역사와 보조를 맞추려고 한다면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성직자 독신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가톨릭의 전통적인 독신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주목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위쪽)과 2006년 결혼한 가톨릭 신부 4명을 주교에 임명하면서 성직을 박탈당한 엠마뉴엘 밀링고 전 로마가톨릭 대주교.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같은 교황의 발언은 성직자 수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젊은 성직자들이 줄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 지역 가톨릭 교회에서는 청년 신도들의 성직 희망자가 줄고 있어 교회마다 비상이 걸렸다. 가톨릭 일각에서는 결혼 생활이 들통나 성직을 박탈당한 전직 성직자나 비밀 결혼을 한 현직 사도들을 양성화시켜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로마 현지 언론들은 교황청 내부에서 독신주의 재검토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혼한 사도들에게도 사제 등 성직을 부여할 생각을 갖고 있지만, 보수 성향의 세계 가톨릭계와 교황청 관리들의 반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잠비아 출신 엠마뉴엘 밀링고(86) 전 로마가톨릭 대주교는 2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성직자도 결혼해 안정되고 모범적인 가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잠비아 정치인들과 함께 방한해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밀링고 전 대주교는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대주교(당시 38세)에 임명되는 등 아프리카 가톨릭계에선 유명 인사다.

밀링고 전 대주교는 2001년 문선명 한학자 총재가 미국에서 주관한 국제합동결혼식에 참여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밀링고 전 대주교는 2006년 미국에서 결혼한 가톨릭 신부 4명을 주교에 임명하자, 교황청은 그의 성직을 박탈하고 파문했다. 파문 당시 밀링고 전 대주교는 “교황청에서 24년간 봉직했고 어떤 경우라도 대주교 신분은 박탈될 수 없다고 교회법에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밀링고 전 대주교는 “서기 1300년 무렵까지 로마가톨릭이 유럽에서 자리를 잡아갈 당시 교황들은 결혼했으며, 그때까지 모두 39명의 교황이 결혼생활을 했다”면서 “그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로마가톨릭은 나를 파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밀링고 전 대주교는 “결혼한 사제는 모세 시절부터 존재했다. 생전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독신주의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면서 “결혼한 사도와 그렇지 않은 사도에게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 가톨릭교회 조사 결과 1964년부터 2001년까지 6만8000명의 사제가 결혼했고, 이 중 9800명이 로마 교황청 몰래 사제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링고 대주교는 “마르틴 루터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황청은 15만명이 넘는 결혼한 사람들이 성직자의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하며, 이들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미사를 드리며 예수를 모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로마 가톨릭의 독신주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사제 부족 현상을 해소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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