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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만큼 혁명가가 많은 곳도 드물다.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 탄핵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혁명가 출신이 아니면 행세하기 힘들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도 혁명가 출신이다. 남미에는 혁명가가 왜 그리도 많은 걸까. 열정적이고, 이상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까.

이상을 좇는 기질. 달리 말하면 공상가적 기질이다. 동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왕망(王莽). 외척으로서 한나라를 빼앗아 신(新)을 세웠다. 정전제를 실시해 대동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한 인물이다. 말만 뻔드르르했다고 한다. 성공했을까. 16년 만에 망했다. 차베스도 비슷하다. 국유화를 통한 복지국가를 외쳤다. 1998년 말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후 권력을 잡은 14년 동안 베네수엘라도 망할 지경에 놓였다. 차베스가 숨진 지 3년, 그의 망령은 지금도 수도 카라카스 거리를 배회한다. 굶주림은 거리에 가득하다.

처음 당선됐을 때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1998년. 금융위기가 아시아와 남미를 휩쓸던 때다. 차베스도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일으키고자 했다. 2000년대 중반, 석유산업을 시작으로 전력·통신 산업을 국유화하며 ‘무상’ 깃발을 치켜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석유회사는 하루아침에 빈털터리로 쫓겨났다. 그 결과는? 10년을 버티질 못했다. 그가 외친 좌파 민족주의인 볼리바르주의는 망국을 부르는 ‘포퓰리즘 독재’다.

차베스를 이은 좌파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이번에는 GM 공장을 몰수해 국유화하겠다고 한다. 왜? 돈 때문이다. 35년간 베네수엘라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GM. 기업의 수익을 재정수입으로 바꾸면 포퓰리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성공할까. 이제 더 이상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힘들 테니 더 가난해지지 않을까. 베네수엘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카라카스에서 3주째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 “빵과 꿀은 어디 있느냐”고 소리친다. 브라질마저 훈수를 든다. “자유선거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복지 깃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던 베네수엘라 국민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혁명가가 아니라 희대의 사기꾼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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