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혼란의 원인에는 민간 영역에 맡겨야 할 인프라와 공공 영역이 맡아야 할 인프라의 차별성에 대한 혼선이 자리한다. 예전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 개념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혁신과 실물세계의 로봇이 결합하면서 생산성 폭증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독일의 스마트 공장 사례를 보면 인류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폭증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자리 위기론이 출현했고, 작년 다보스포럼의 보고서는 세간의 우려를 데이터로 확인시켜 줬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자와 직접 연결되는 온디맨드 사업 구조를 가진 넷플릭스나 에어 비엔비 같은 회사는 중복되는 영역의 기존 사업자와 태생적인 갈등구조를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한 야간 콜버스와 중고차 매매업 같은 스타트업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이슈가 됐다. 그래서 혁신과 규제의 대립은 숙명적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 개념은 규제 해소 인프라와 문제 해결 인프라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
규제 문제를 과감히 해결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창업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대책이 작동한다. 해킹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응책이 미미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관련 규제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반의 혁신을 가로막는 독소가 됐다. 창업가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더라도 개발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복합적 문제에서 주저앉곤 한다. 기술적 문제일 수도 있고 마케팅 문제이기도 하고 법 제도에 대한 무지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유사한 문제를 분석해 본 경험과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문제해결사가 필요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문제 해결 인프라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수학적 방식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산업수학이 인프라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자체 연구개발(R&D)을 갖춘 대기업에 비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에 이러한 지원이 중요하다. 국가나 지방정부는 창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민간 영역에 넘기고, 규제 해소와 공공재 성격의 문제 해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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