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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우리는 사랑을 꿈꾸고 사랑으로 위로 받는다

입력 : 2017-04-13 20:50:59 수정 : 2017-04-13 20: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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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 신작 ‘나의 사랑, 그리스’

로맨틱 드라마 ‘나의 사랑, 그리스’는 낭만과 신화의 나라 그리스를 배경으로 각각 다른 세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세 커플이 사랑에 빠지며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사 숲 제공
“우리는 각자 다른 얼굴이지만, 사랑에 빠질 때만은 같은 모습이다.”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의 신작 ‘나의 사랑, 그리스’는 낭만과 신화의 나라 그리스를 배경으로 각각 다른 세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세 커플이 사랑에 빠지며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드라마다.

마치 세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잘 짜인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하나를 이루는 영화는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람들은 사랑을 꿈꾸고 사랑으로 위로 받는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가슴 깊숙한 곳까지 전달한다.

#부메랑

여대생 다프네(니키 바칼리)는 밤길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지만 다행히 지나가던 청년 파리스(타우픽 바롬)의 도움으로 벗어난다. 얼마 후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는 다프네를 발견한 파리스는 뒤쫓아가 그녀에게 안부를 묻는다. 시리아에서 온 파리스와 그리스인 다프네는 나라와 언어, 생활 환경이 모두 달라도 서로 신뢰감을 키우다 깊은 사랑에 빠진다. 앞에 놓인 현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겨낼 용기를 가진 20대 젊은 커플이다.


파리스는 내전을 피해 그리스로 흘러든 난민이다. 가부장적인 다프네의 아버지는 난민들 때문에 그리스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보수세력을 결집해 난민들을 습격한다.

#로세프트 50mg

스웨덴에서 온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르트)는 파산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한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파견된 구조조정 전문가다. 우연히 바에서 만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와 하룻밤을 보낸 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 잠시라도 현실을 잊게 해주는, 위안이 되었던 두 사람. 그러나 엘리제는 지오르고가 매각할 회사의 간부인 것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밀린 세금과 육아, 시끄러운 집안. 지오르그는 일상에 찌들어가는 가장이다.


 “결코 사적인 이해관계가 끼어들어선 안 됩니다.” 평소 엘리제의 주장이다. 누구를 내쫓고 누구를 남길 것인가. 엘리제도 난처하다. 현실이 짓누르는 무게가 너무나 힘겨운 40대 커플이다.

두 사람이 함께 탄 엘리베이터가 17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장면은 인원감축의 상징이자 점점 입지가 줄어드는 둘의 관계를 암시한다.

파시스트 군대가 행진하는 장면을 넣어 사무실에 흐르는 압박감과 긴장을 묘사한 편집 또한 절묘하다. 비인간적인 감원, 이것이 세계화인가.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그리스 경제 붕괴 원인을 묻는다.

#세컨드 찬스

독일에서 이주해온 역사학 교수 세바스찬(J. K 시몬스)은 어느 날 마트에서 마리아(마리아 카보기아니)의 도움을 받고 고마운 마음으로 데이트를 신청한다. 둘은 매주 마트에서 만나 서로를 알아간다. 평범한 그리스 주부로 살아온 마리아는 세바스찬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말로 이야기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현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60대 커플이다.

마리아가 쏟아내는 대사들은 마치 그리스 정부를 겨냥한 듯 보인다. “유대감 강한 그리스 가정마저 달라졌어요. 경제위기 때문에.” 난민을 습격하는 남편을 향해 “당신이 하는 짓이 자랑스럽다면 자식들한테 말해보지 그래요… 당신이 매일 저주하는 정치인들이 당신과 다를 것 같아?” 

종반부, 마리아의 집 저녁 식탁에 온가족이 모인다. 지오르고가 아들이고 다프네가 딸이다. 갈등과 증오는 결국 파국을 낳는다. 끔찍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일상에 짓눌리며 살아가는 그리스 사람들의 혼란을 한 가정에 담았다.

하지만 극단적 환경과 혼란스러운 사회 속 어딘가에도 항상 사랑은 머문다. 나이 국적을 불문하고 인간은 언제나 관계를 갈망한다. 영화 속 배우들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캐스팅됐다. 그리스, 영국, 헝가리, 이스라엘, 미국 …. 언어와 문화 배경이 달라도 그들이 사랑을 매개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힘을 발휘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 가지만 가족과 사랑은 남을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영화는 그것을 이야기한다.15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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