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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소프트 모더니즘’이 대안”

입력 : 2017-04-04 21:14:13 수정 : 2017-04-04 2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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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개념미술작가 라이언 갠더 방한 전시회 5년 전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행사인 독일 ‘카셀 도큐멘터’ 개막식은 한 젊은 작가의 도발(?)에 넋을 잃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오로지 관람객을 기다린 것은 빈 벽과 열린 창문, 그 사이로 부는 미세한 바람뿐이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모두를 성찰하는 자리였다. 작가는 농담처럼 ‘소프트 모더니즘’이라 했다. 영국의 개념미술작가 라이언 갠더(41)의 이야기다.

“나는 미술이 사회적 삶을 좋게,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모더니즘은 일상 속 가구나 디자인에 미술이 스며들게 했다. 하지만 몬드리안 회화처럼 일직선이나 각이 중시되는 모더니즘은 넘어서야 한다. 대안은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 같은 소프트 모더니즘이다.”

이중장애를 겪고 있는 라이언 갠더는 “장애는 수많은 조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뒷면에 걸린 작품은 기하학적 인물조각에 털을 씌운 것이다.
갤러리 현대 제공
그는 자신의 작품도 아이폰디자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어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 미술은 쓸모없는 것이었는데, 모더니즘 운동을 통해 미술이 우리의 일상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는 철저히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모두와 거리를 두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인류와 집단에 대한 기존의 모더니즘적 사고도 변해야 한다. 특히 지나친 개인중심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행태도 끔찍하게 못생겼다.”

그는 전체를 지향하는 모더니즘 미학도, 개인주의에 지나치게 몰입된 포스트모던 미학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담으려는 셀카문화야말로 포스트모던 미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가공된 모습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바로 좀비의 모습이다. 무리로 다니지만 자제력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양태가 그렇다.”

그는 인물을 그린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물감 거울’로 이를 비틀고 있다. 관람객은 물감자국에서 가상의 외모를 만들어 가는 현대인의 좀비근성을 통찰해 볼 수 있다. 성형공화국의 자화상도 겹친다.

그는 ‘아이들 예술론’을 펼친다. “아이들은 실패와 성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과정에서 배울 뿐이다. 예술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는 어린 딸아이 둘이 의자에 이불을 씌워 집을 짓고 노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 흰 대리석 조각품을 만들었다. 자녀들이 몬테소리 스쿨에 참여해 색 구별과 색상 연관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모습을 감각적 회화로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모더니즘 조각의 전형인 기하학적 조각에 털을 씌운 작품은 소프트 모더니즘의 형상화다.

작은 조각패널들이 움직이는 아날로그광고판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느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에 존재하는 창조적인 것과 놀라운 존재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일 줄 알아야 한다. 현재를 다채롭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진보의 무게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갠더는 2012년 미국 미술잡지 ‘아트+ 옥션’이 선정한 ‘미래에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에 선정됐다. 뉴욕 구겐하임과 파리 팔레드도쿄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5월 7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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