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숨겨진 인물’을 뜻한다. 영화는 흑인 여성 수학자가 풀어낸 수식이 우주 탐험 프로젝트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당시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그들이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을 그린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메리 잭슨(자넬 모네)은 놀라운 수학 능력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수학자 대신 계산원으로 일한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20분이나 떨어진 흑인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백인 연구원들과 커피포트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대학입학 허가는 물론 버스에서까지 흑인을 대하는 차별행위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다. 관객들은 인종차별의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영화 속 남성들은 당시 유색인종을 대하는 인물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알 해리슨(캐빈 코스트너)은 실용주의자로 인종과는 상관없이 우수한 두뇌를 원하는 인물이고, 글렌 파월(존 글렌)은 만인을 평등하게 대한다. 그러나 짐 파슨스(폴 스태포드)는 흑인과 여성을 차별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은 실존하는 흑인 여성과 인물들을 대립시켜 흑인 여성의 뛰어난 능력을 강조했다.
좋은 두뇌에는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없다. 여성과 남성은 비록 체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능력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면 영화에서와 같이 더 우월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 속 알 해리슨처럼 차별 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것, 그리고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통과된 지 5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잔존하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물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일깨워준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