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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민초들이 쓰던 ‘철화청자’… 검푸른빛의 매력

입력 : 2017-03-30 20:55:00 수정 : 2017-03-30 2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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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기획특별전 일반적으로 고려시대의 청자라 하면 은은한 비취색에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상감(象嵌)청자를 떠올리기 쉽다. 그간 학계에서도 고려청자에 대한 연구는 상감청자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대중의 관심 역시 상감청자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는 고려청자의 폭넓은 미학의 일부에 불과하다. 화려하고 우아한 상감청자가 고려시대 개경에 거주하는 왕실과 일부 귀족의 소유물이었다면, 이들보다 신분이 낮은 서민들은 ‘철화청자’를 사용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 마련된 기획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는 철화청자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오는 9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유물 중 절반 이상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고려시대 철화청자는 다양한 용도로 백성들의 일상을 함께했다. 사진은 모란당초무늬항아리와 보상화당초문매병, 모란당초무늬난주(왼쪽부터).
호림박물관 제공
철화청자는 상감청자와 마찬가지로 청자에 유약을 입힌 뒤 가마에서 구워 낸다. 차이는 바탕색과 무늬에서 나타난다. 상감청자가 맑고 청아한 비취색을 나타낸다면, 철화청자는 검푸른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또 상감청자의 무늬가 표면을 파내고 다른 색감의 흙을 넣는 상감기법으로 만들어진다면, 철화청자는 철분이 함유된 철사안료(鐵砂顔料)를 붓에 묻혀 그려낸다. 그러다 보니 철화청자의 무늬는 붓질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과 소탈함이 묻어난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철화청자를 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시원한 풍류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철화청자는 상감청자보다 이른 10세기쯤 나타나 12∼13세기 전성기를 이뤘다. 철화청자는 주로 서민들의 일상과 함께했다. 먹물을 담는 연적에서부터 화장용 기름을 넣는 유병, 세숫대야 등 폭넓게 사용됐다. 철화청자의 대중성은 가마터의 분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감청자는 전북 부안과 전남 강진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 반면, 철화청자는 부산과 전남 해남 등지에서도 만들어졌다. 유 팀장은 “가마 내부의 상태에 따라 철사안료는 검은색 혹은 갈색으로 표현되는데, 안료가 검은빛이 돌수록 품질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연꽃 넝쿨 무늬가 화려한 철화청자 장구.
호림박물관 제공
박물관에서는 병, 주전자, 대접, 항아리 등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철화청자 2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전시는 4층에서부터 관람하는 것이 좋다. 4층 전시실은 철화청자 중에서도 명품이라 부를 만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연꽃과 당초 무늬가 인상적인 타악기 장구를 비롯해 바탕을 백토로 상감한 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매병 등을 볼 수 있다. 유 팀장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매병은 광택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유약을 입히지 않은 청자는 일부 항아리나 병에서 발견되지만, 매병 중에는 유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3층 전시실은 철화청자를 병, 주자(注子·주전자), 화분, 합(盒·뚜껑이 있는 그릇) 등 형태별로 분류해 보여준다. 2층 전시실에서는 철화청자와 상감청자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호림박물관은 1764년 제작된 조선 불화인 ‘시왕도’(十王圖)와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선보이는 기획전도 신사분관에서 연다. 시왕도는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10명의 왕인 ‘시왕’(十王)을 그린 그림으로, 한국의 전통 신을 소재로 한 만화인 ‘신과 함께’가 나란히 전시된다. 이장훈 학예연구사는 “기독교 종교화는 친숙하게 여기면서도, 우리의 불교회화는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불교회화의 의미를 웹툰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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