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법관 10명 9명 “상급심 판례 어긋난 ‘튀는’ 판결 땐 찍힌다”

입력 : 2017-03-26 19:26:03 수정 : 2017-03-26 20:34: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재판 독립성 위기 공감 / “특정세력 반하면 불이익 우려” / 71% “대법관 제청절차 개선, 대법원장 관여 줄여야” 요구 26일 법관 5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판사들은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 ‘윗선’의 뜻을 거슬렀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만 우려하는 게 아니었다. 적지 않은 판사가 대법원 판례 취지와 어긋난 ‘튀는’ 판결을 내리거나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에 반하는 판결을 할 때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등 ‘재판의 독립성 보장’ 원칙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사건에서 상급심 판결례의 판단 내용에 반대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보직, 평정, 사무분담 등에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38.4%인 193명은 “공감하지 않는다”, 8.6%인 43명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주요 사건에서 행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도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에 역시 227명(45.3%)이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해 실제 판결 결과를 떠나 상당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때 상급법원이나 행정부, 정치세력의 입장 등을 은연 중에 의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판사 인사권을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속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는 편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91.8%가 “그렇다”고 답했다.

판사들이 의식하는 법원장의 권한은 근무평정권, 사무분담 결정권 및 사건 배당권, 해외연수자 선발 의견 개진권 등 순서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막강한 인사권을 바탕으로 ‘사법부 관료화’의 정점에 서 있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이 도마에 올랐다. 전날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 - 법관 독립 강화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연세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영훈 서울고법 판사(43·사법연수원 30기)는 “법원장에게는 평정권이 있어 법관들은 법원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법원장 역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법원장에게 위임된 권한도 대법원장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이유이다.

대법원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행 대법관 제청 절차에 대해 응답자의 71.6%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법관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대법원장 관여 축소와 대법관 후보 추천·회의 절차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한 민주적인 대법관 선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관들이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마련을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부장판사는 “법관 상당수가 ‘법관 독립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대법원이 분명한 입장을 판사들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