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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송민순·류길재 "남북관계 성급하게 서두르면 분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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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4 16:20:22 수정 : 2017-03-24 19: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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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미래포럼 창립 기념 대토론회 `한반도의 미래, 외교로 묻고 통일로 답하다`에서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왼쪽 두번째부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 지지는 못 받지만 60% 지지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 남남갈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당연한 일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선거 때니까 무조건 개성공단 열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상처가 더 덧난다. 남북관계를 한방에 해결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너무 성급하게 일을 하면 얻고자하는 정책적 성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통일 장관을 지낸 인사들은 조기 대선 이후 들어설 차기 정부에 대한 조언을 쏟아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미래포럼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4일 ‘한반도의 미래:외교로 묻고 통일로 답하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는 신호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부터 승인해주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기들 분유도 못 보내고 있는데 북한의 긍정적 호응을 촉구하기 위한 신호로 인도적 지원부터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외교·통일 정책의 수장이었던 이들 장관은 정권 교체와 무관한 일관성있는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외교는 가능하다고 보지만 남북관계는 이념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초당적 협력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진보 성향의 정권은 대북 포용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나가면서 끌고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길재 전 장관은 “실현가능성은 작지만 보수 정권이 포용정책을 하고 진보 진영이 북한 인권 문제를 더 많이 얘기했으면 한다”며 “제가 장관일 때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얘기하면 박근혜 정부 장관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심지어 저보고 빨갱이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류 전 장관은 특히 현재 상황에서 차기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소위 진보정권, 저는 진보정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성급하게 일을 하면 오히려 얻고자하는 정책 성과를 엊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정책을 계절기획 상품 내놓듯이 하는 게 문제”라며 “정책이라는 게 나무를 심고 시간이 지나 그 나무에서 꽃도 피고 나중에는 수풀이 우거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화분에 화초 심어서 정권 끝날 때 그 화분 갖고 나가버린다”며 “외교안보정책을 국내 정치의 한 도구로 쓰고 싶은 유혹이 많아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대북정책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종교적 시각에 갇혀있고 진보는 북한과 무조건 함께하면 좋다는 식인데 둘 다 그런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해법을 놓고는 설전이 오가기도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투트랙으로 접근해나가야 한다”며 “핵문제와 남북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문제는 다자회담으로 풀고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그 사인으로 북한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성공단 재가동·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천명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이론적으로 핵문제와 남북관계 문제를 병행하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실제 일을 해보면 북한이 지원 받을 땐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지만 목숨이 걸린 안보 문제를 얘기할 땐 미국만 쳐다보고 얘기하는 게 현실”이라며 “중요한 남북관계 합의가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다 발목이 잡혔고 핵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 전 장관은 “개성공단을 닫은 것은 굉장한 실책이지만 문제는 이미 공단이 닫혔다는 점”이라며 “(공단이) 닫힌 배경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이고 이게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데 개성공단을 열겠다고 하면 국민이 어느 정도나 수긍하겠느냐?”라고도 했다. 류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송 장관님 말씀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그러기 위한 전략을 신중하게 잘 짜고 새 정부가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인 류 전 장관은 이날 현 정부 내 남북관계 현안 결정과정에서 통일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실제 사례도 공개했다. 그는 2013년 8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연계해 회담 제의를 했으나 우리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도 얘기하려고 했으나 내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통일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류 전 장관은 “당시 당국 간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한다고 해서 바로 관광이 재개되는 게 아니었다”며 “(금강산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북측이 다시 협상을 해야하는 사안이었는데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열자는 통일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통일미래포럼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차이를 넘어 대북·통일 정책을 둘러싼 소통과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9월 창립됐다. 류 전 장관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각계 인사 110여 명이 참여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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