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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리즘] 내 얘기에 울고 웃고…'오피스'가 장악한 안방극장

입력 : 2017-03-24 07:01:00 수정 : 2017-03-23 21: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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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오피스물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직장에서도 녹록지 않은 생활을 해야 하는 샐러리맨의 고뇌를 녹여낸 드라마가 인기리 방송 중이다. 결코 밝지 않은 현실과 궤를 같이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직장 생활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을'(乙)이 날리는 통쾌한 한 방까지 갖춰 시청자의 묵은 체증을 해소해준 게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직장 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시청자 호응을 얻으면서 차별화를 시도한 오피스물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KBS 2TV '김과장'이 대표작이다. 극중 '김성룡'(남궁민 분)은 큰 한탕을 노리고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부정부패가 만연한 회사를 살리려고 고군분투를 한다는 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이다. '김과장'은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통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을 고발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극 초반에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근무 실태를 꼬집었고, 자발적인 퇴사를 종용하는 '벽면 근무'(오직 벽만 바라보게 해 퇴사를 종용하는 근무 행태)와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분식회계 등 직장 내 만연한 부조리도 고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불합리한 직장 문화와 직장인의 애환을 유쾌한 톤으로 그리되 속도감을 잃지 않는 점이 '김과장'의 흥행요인으로 거론된다. 사회 폐부를 건드리지만, 개성강한 캐릭터와 빠른 전개로 결코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간 점도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김과장'은 같은 시간대에서 예상을 뒤엎고 수·목 드라마 기대작으로 꼽힌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경쟁에서 완승했다. '김과장'의 예측 불가 스토리와 속이 뻥 뚫리는 반격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동 시간대에서 지난 15일 첫 전파를 탄 MBC '자체발광 오피스'도 꾸준히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취업준비생 '호원'(고아성 분)이 우여곡절 끝에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절대 을일 수밖에 없는 계약직 사원의 부조리 고발은 시한부 설정에  힘입어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흙수저' 호원이 회사에서 겪는 고난은 짠한 공감을 주고, 갖은 실수를 연발하다가 회사에서 쫓겨날 신세가 되지만 "못 그만둔다"고 외치는 모습은 앞으로 을의 반격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를 품게 했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16번째 시즌 방송을 앞두고 있다. 2007면 4월 첫 방송 후 10년째 노처녀 '이영애'(김현숙 분)의 직장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월 종영한 시즌15에서는 '이승준'(이승준 분)과 결혼 허락을 받아낸 이영애의 임신까지 암시돼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인 바 있다.  


그간 오피스 드라마의 현실 반영은 꾸준한 공감을 얻어왔다. KBS2 'TV 손자병법'(1987~1993) 등 과거 드라마가 웃음 코드에 집중했다면 근래에는 취업난이나 직장 내에서 불거지는 문제 등 사회상을 투영한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입사하고 나서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하는 직장인들이 위안받고, 대리만족을 구할 통로로 오피스 드라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턴 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 '대기업 생존기'를 그린 tvN '미생'(2014)은 비정규직 차별과 성희롱 등 가볍지 않은 직장 에피소드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섬세하게 묘사해 주목받았고, KBS 2TV '직장의 신'(2013)은 식품 회사에 입사한 '슈퍼갑' 계약직을 자처하는 '미스 김'(김혜수 분)이 근무시간 외 수당을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한 바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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