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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파괴 어디까지… 전쟁의 만행 고발

입력 : 2017-03-19 13:24:06 수정 : 2017-03-19 13: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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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터니 비버 지음/김규태, 박리라 옮김/글항아리
제2차 세계대전-모든 것을 빨아들인 블랙홀의 역사/앤터니 비버 지음/김규태, 박리라 옮김/글항아리


가장 최근에 출간된 2차대전 전쟁 기록이다. 2013년 영국의 저명한 전쟁사학자 엔터니 비버(Antony Beevor)가 쓴 장장 1288쪽의 대서사다. 폭넓은 시각과 최근의 평가를 담아내 지금의 세계 정세와도 연결되게 서술했다. 톨스토이의 ‘전쟁 이야기’를 보는 듯 도도히 흐르는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면서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고 폭력의 결정체인지 생생히 고발한다.

지금까지 2차대전사는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하는 등 유럽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아시아 지역을 중시한다. 실제로도 전쟁은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1939년 8월 만주 변방에서 시작되어 꼭 6년이 되던 1945년 소련이 중국 변방(만주)을 침공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유럽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지구 반대편 아시아에서 있었던 전쟁은 전혀 별개의 싸움이 아니었다.

저자는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묘사하면서 거시적 접근보다는 미시적 접근을 시도했다. 소련 비밀경찰은 수십만명의 자국민을 학살했고, 일본군은 중국 여인들을 총검으로 난자했다. 소련군은 베를린 ‘해방’ 이후 8세에서 80세에 이르는 모든 여성을 강간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새롭게 폭로한 것은 일본군 의사들의 만행이었다. 전쟁포로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인간실험이었다. 특히 전쟁영웅이라는 맥아더는 이들을 전범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 끔찍한 일본 의사들이 제공한 상세한 기록과 정보 때문이었다. 맥아더가 알고도 모른 척했던 사실은 충격적이다.

저자는 아울러 괄목할 만한 사실 몇 가지를 알려준다. 일본군의 60%가 전투가 아닌 질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했다는 점과 전쟁포로 및 원주민에 대한 만행이 대단히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너무 섬뜩해 1945년에 벌어진 도쿄전범재판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전한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독일의 유대인 인종청소에 협력한 사실도 폭로한다.

1938년 일본군에 강제징집돼 만주에 배치된 양경종이라는 한국인의 이야기로 시작했다는 것 또한 이채롭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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