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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가족력… 유전자 정체 뭐길래?

입력 : 2017-03-03 19:48:00 수정 : 2017-03-03 1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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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삼촌과 사촌형이 조현병 환자인 저자
“나도, 내 딸도 혹시” 불안감에 연구 나서
유전자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 주는지 탐구
가족 내력에 정신 병력이 있고,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로 전이될 확률이 50%라는 것을 들춰내는 사람이 있을까?

미국 컬럼비아 의대 암센터 전문의인 저자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hartha Mukherjee)는 용기있게 가족 병력을 들춰내면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정신병이 유전자에 의해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전자의 정체를 쫓는다. 유전자가 인간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결손 유전자가 어떤 요인에 의해 증상을 유발하는지 풀어놓았다. 우생학자와 독일 나치 등 유전자를 왜곡한 사람들의 잔혹한 행위도 가감없이 전한다. 퓰리처 상을 받은 전작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형제들인 두 명의 삼촌과 사촌형이 조현병 환자라고 고백한다. 자신도 조현병 환자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두 딸도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는 “지금껏 유전병의 공포 속에서 살아오면서 집안 전체가 고통을 받아왔다. 나는 이런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저자는 우선 멘델의 이야기로 운을 뗀다. 1800년대 무렵 수도원의 수도사였던 멘델이 완두콩 실험으로 기초적 유전의 법칙을 규명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유전학을 잘못 이해한 탓에 우생학을 고안한 몇몇 학자들을 지적한다. 열등한 유전자는 아예 유전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이른바 우생학의 골자다. 우생학은 정신병자라고 치부한 여성들에게 강제 불임 수술을 자행했고, 나치의 700만 유대인 대학살 같은 끔찍한 사태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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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초파리 실험을 통해 염색체와 유전의 규칙을 학문적으로 정리했다. 영국의 그리피스는 유전자가 수평적으로 교환한다는 형질전환을 발견하면서, 유전자가 일종의 단백질 결정체임을 밝혀낸다. 유전 정보를 가진 물질이 DNA라는 것과 DNA 구조도 규명된다. DNA 모형을 만들어낸 학자는 왓슨과 크릭이었다. 이들을 통해 유전자 비밀이 풀리면서, 유전자의 기능도 차츰 밝혀졌다.

1978년 유전자 합성을 통한 인슐린이 발명되면서 생명공학의 길이 열린다. 이를 통해 기념비적인 인간 유전체(Human Genome) 지도가 완성된다. 결함있는 유전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유전자 요법도 발전했다. 이른바 ‘긍정 우생학’의 시작이다. 그러나 유전자를 이용한 기술들에는 여전히 사회적, 윤리적 논란이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전자가 지닌 암호의 본질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는 단 하나에 불과하고, 유전 암호도 단 한 종류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염색체에 들어 있다. 염색체는 세포 안에 들어 있는 긴 실 같은 구조물로, 그 안에 유전자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염색체는 총 46개다. 양쪽 부모로부터 23개씩 물려받는다. 한 생물이 지닌 유전자 명령문의 집합 전체를 유전자 덩어리 즉, 유전체(genome)라고 한다. 유전체는 모든 유전자에 각주, 주석, 설명서, 참고문헌까지 달린 백과사전 격이다. 개인의 종합적 특성은 이 같은 유전체에 의해 발현된다. 유전체에는 사람을 만들고 수선하고 유지하는, 명령문들을 담은 유전자가 2만1000∼2만3000개 들어 있다.

유전학의 발전 덕분에, 생명과학자들은 유전자들 중 몇 개가 시공간에서 어떻게 작용하여 그런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지 해독할 수준에 이르렀다. 유전자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변형시켜 기능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인체의 생리, 존재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저명한 유전학자 토머스 모건은 “유전의 근본적인 측면들이 그토록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우리는 어쨌거나 자연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자연이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자신했다.

저자는 “앞으로의 세계에서 유전자를 이용한 과학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 기본이 되는 유전자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긍정적 우생학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유전자 탐험을 마무리했다. 로즈 장학금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 유학했으며,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수재다. 혈액암, 뼈와 골수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주로 연구 중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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