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온 비가
산 넘어 간다
비단옷으로 와서
무명옷으로 간다.
들 건너온 비가
들 건너 간다
하품으로 와서
진저리로 간다.
물 두드리며 온 비가
물결 밟아 간다
뛰어온 비가
배를 깔고 간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국밥집에 마주 앉은
가난한 연인의 뚝배기가 식듯이 젖은 비, 젖은 비를 맞잡고 간다.
산 넘어 간다
비단옷으로 와서
무명옷으로 간다.
들 건너온 비가
들 건너 간다
하품으로 와서
진저리로 간다.
물 두드리며 온 비가
물결 밟아 간다
뛰어온 비가
배를 깔고 간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국밥집에 마주 앉은
가난한 연인의 뚝배기가 식듯이 젖은 비, 젖은 비를 맞잡고 간다.
김영남 시인 |
인용시는 그의 일곱 번째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에 실려 있다. 장마가 끝나갈 무렵, 비가 그쳐가는 들녘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비 그치는 모습이 ‘무명옷으로’ 가고, ‘진저리로’ 가고, ‘배를 깔고’ 가고 있어 시인은 그에 ‘젖은 비를 맞잡고 간다’ 고 표현한다. 눈 오는 모습을 보며 미당이 ‘괜찮다’ 한 표현과 비교하면 어떤가. 소재를 다루는 솜씨가 훨씬 더 현장감이 있고 모던하지 않은가.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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