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는 ‘저격수’란 별명답게 입담이 세고 언론에 주목받는 방법도 잘 안다.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한 2010년 7월. 홍 지사는 같은 최고위원이지만 지도부에 처음 들어온 나경원 의원에게 ‘팁’을 귀띔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 해라. 그러면 기사가 난다”는 것. 2012년 지사가 된 뒤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강행했다. 2015년 1월 대선 출마를 시사하고 두 달 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상급식 토론을 벌였다. 보수 아이콘을 겨냥한 행보들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정당 대선주자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빼면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모두 조사대상에도 못 오른다. 그가 불출마한다면 보수 진영은 ‘플랜B’도 없어져 속수무책이다.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 지사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메시지 전달과 이슈 파이팅 능력이 뛰어나다”며 보수 경쟁의 중요 변수라고 평했다. “문재인과 각 세우며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는 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출마부터 제약조건이 적잖다. 한국당 당원권이 정지돼 있고 대법원 판결도 남아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 황 대행 거취도 지켜봐야 한다. 홍 지사는 최근 측근들에게 “황 대행이 출마할 수 있겠느냐.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같이 나설 수 없는 ‘제로섬’ 관계다.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걸림돌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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