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방파제 입구부터 빨간 등대까지 100m도 채 되지 않은 길엔 수많은 슬픈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
# 겨울에도 생명이 열리는 보배로운 땅
전남 진도의 겨울은 희지 않다. 오히려 봄처럼 초록빛이 한창이다. 겨울이되 겨울 같지 않다. 땅에서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배추와 대파가 자라고 있다. 봄동배추가 한창 영양분을 머금은 채 출하되길 곳곳에서 기다린다. 멀리서 보면 한겨울 새싹이 철모르고 봄이 왔다는 듯 움트고 있는 것만 같다.
다른 지역이 눈에 덮여 하얗게 변했더라도 전남 진도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돌면 곳곳에서 봄이 온 것인지 착각이 들게 하는 초록빛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진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멀리서 보면 한겨울 새싹이 철모르고 봄이 왔다는 듯 움트고 있는 것만 같다. |
다른 지역이 눈에 덮여 하얗게 변했더라도 진도의 해안도로를 타고 돌면 곳곳에서 봄이 온 것인지 착각이 들게 하는 초록빛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진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진도 곳곳엔 짙은 녹색의 잎 사이로 붉디붉은 동백꽃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엄동설한에서도 꽃을 피우는 동백의 꽃말은 ‘기다림’, ‘고결한 사랑’이다. |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팽목항으로부터 4.16㎞ 떨어진 곳에 조성된 ‘기억의 숲’. |
‘기억의 숲’은 지난해 4월 팽목항으로부터 4.16㎞ 떨어진 곳에 조성됐다.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한 은행나무 300여그루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희생자 사진 밑에는 이곳을 찾은 이들이 쓴 메모가 붙어 있다. 필체도 다르고, 쓴 이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문구만은 꼭 담겨 있다. |
‘기억의 숲’은 지난해 4월 팽목항으로부터 4.16㎞ 떨어진 곳에 조성됐다. 아직 잎을 틔우지 못한 은행나무 300여그루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희생자 사진 밑에는 이곳을 찾은 이들이 쓴 메모가 붙어 있다. 필체도 다르고, 쓴 이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문구만은 꼭 담겨 있다.
봄이 되면 은행나무에선 초록 잎이 피기 시작해 가을이면 기다림의 색인 노란색으로 물들 것이다. 1000년을 사는 은행나무다. 파수병처럼 오래도록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
노란 깃발과 리본, 빨간 등대. 처음 팽목항을 찾은 이도 익숙한 풍경이다. 셀 수도 없이 신문과 방송에 나온 곳이다. 사고가 난 곳은 팽목항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그마저도 팽목항 앞의 섬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배를 타고 1시간30분가량 동거차도까지 가야 그곳을 볼 수 있다.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팽목항이다.
팽목항 방파제 입구부터 빨간 등대까지 100m가량의 길에는 수많은 슬픈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란 리본 조형물 아래 놓여 있는 꽃과 음식물, 전국 어린이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그리고 쓴 4656장의 타일로 만든 기억의 벽, 희생자 이름의 초성을 새긴 타일 등 온갖 곳에 그리움이 넘쳐난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마음이 아프다.
팽목항 방파제 리본 조형물 아래 놓여 있는 꽃과 음식물. |
겨울의 진도는 기다림의 섬이다. 기다림의 대상이 따스한 봄일 수도, 사랑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진도=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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