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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27)씨는 퇴근 후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CFA협회가 제공하는 증권금융 및 재무관리 분야의 국제 자격증인 CFA는 총 3단계의 시험을 최소 2∼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합격해야 하고 동시에 4년간의 실무 경험을 인정받은 뒤 최종 자격을 얻는 지난한 과정이다. 김씨는 “따기 어려운 자격증인 만큼 승진 등 인사에서 남들보다 높게 평가받을 것이란 확신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 중 교차분석 결과를 보면 자기계발의 필요성은 직장생활 연차가 낮을수록 뚜렷했다. 입사 1년 미만인 신입사원의 48.8%가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에 항상 불안하다’고 답했다. ‘자기계발 강박증을 항상 느낀다’(46.3%)고 응답한 비율도 연차 1∼5년 미만(34.8%)과 5∼10년 미만(23.5%), 10∼15년 미만(26%)인 직장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취업난 돌파에만 급급해 원하는 곳과 다른 일자리를 얻었다가 갈등을 겪고 있는 신입사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지난 3월 외국계 중소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이모(28·여)씨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내년 8월에 있을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하기 위해서다. 야근이나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면 오후 9시를 훌쩍 넘기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과 휴식을 포기했다. 이씨는 “남들은 지금 같은 취업 전쟁 속에서 직장을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에 입학한 친구들을 보면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에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마땅치 않아 ‘희망사항’에 그치고 마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실제 ‘자기계발을 하려고 한다’고 응답한 직장인(50.9%) 중 ‘현재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답변은 39.8%에 그쳤다.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꼽은 응답자가 40.6%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로 ‘경제적 여유’(30.8%)가 꼽혔다.
학원 강사 장모(27·여)씨는 “긴 인생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봐볼까’하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강의 준비와 학생 관리 등으로 주 6일 근무가 다반사라 공부할 짬이 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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