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진미만 먹어도 목구멍에 가래가 끼고,
독경소리만 듣고 살아도 귓밥이 고봉밥인 거여.
어미가 맘 조리 잘못하고 너한테 쌍소리해서 미안하다.
꽃향기만 맡으며 사는
선녀 콧구멍에도 코딱지 가득할 거여.
하물며 어미는 똥밭에 구르는 쇠똥구리 아니냐?
먹고 싸고 숨 쉬는 게, 도 닦는 거여.
향기도 꿀도 다 찌꺼기가 있는 법이여.
아무 곳에다 튀튀 내뱉으면 어린애지 어른이냐?
자식만 한 거울이 어디 있겄냐?
도 닦는 데는 식구가 제일 웃질인 거여.
독경소리만 듣고 살아도 귓밥이 고봉밥인 거여.
어미가 맘 조리 잘못하고 너한테 쌍소리해서 미안하다.
꽃향기만 맡으며 사는
선녀 콧구멍에도 코딱지 가득할 거여.
하물며 어미는 똥밭에 구르는 쇠똥구리 아니냐?
먹고 싸고 숨 쉬는 게, 도 닦는 거여.
향기도 꿀도 다 찌꺼기가 있는 법이여.
아무 곳에다 튀튀 내뱉으면 어린애지 어른이냐?
자식만 한 거울이 어디 있겄냐?
도 닦는 데는 식구가 제일 웃질인 거여.
이정록 시인 이름을 들먹일 때면 세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홍성의 밤안개다. 2009년 11월 시인의 고향에서 대면한 밤안개는 환상적이었다. 아니 무서웠다. 가로등 아래서 1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속처럼 숨이 콱 막혔다.
또 하나는 그의 언변이다. 잠시도 쉼 없이 호방하게 뱉어내는 그의 말, 필자가 알고 지내는 시인들 중 말발이 가장 셌다. 더 센 무기를 숨기고 있다고 능청 떠는 그의 입담에 곁들이는 술은 거의 말술이었다.
김영남 시인 |
그후 3년 만에 그는 ‘어머니학교’라는 연작시집을 낸다. 추측컨대 평소 어머니의 빛나는 말씀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리라 믿는다. 인용시는 거기에 실려 있는 43번째 시다. 어머니의 말씀을 시인인 아들이 단순히 받아 옮긴 것 같지만 그 어떤 표현보다도 시적 리얼리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시집 전체를 누비고 있는 어머니 말씀은 ‘어머니학교’가 아니라 ‘시인학교’다.
김영남 시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