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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친척반지(親戚畔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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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5 21:59:56 수정 : 2015-08-05 21: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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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소유주는 사회이며, 기업을 하는 개인은 이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이양하고, 제약사 최초로 기업공개를 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한 유한양행 창업주 고 유일한(柳一韓) 박사의 어록이다. 독립운동가 출신으로서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경영의 표상으로 상징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민족자본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사업의 목표를 이윤추구에 두지 않고 건전한 경영을 통한 사회헌신을 평생신념으로 삼고 실천했다. 자녀 등 가족들도 유지를 충실히 받들고 있다.

유일한 박사의 고귀한 정신은 허준의 동의보감 정신과 맞닿아 있다. 동의보감 서문은 “어진 사람의 씀씀이는 그 이로움이 넓다.(仁人之用心 其利博哉)”고 했다.

반면 적지 않은 재벌가의 혈육 간 진흙탕 싸움은 볼썽사납다. 창업주에서 자식, 손자로 재산이 넘어가면서 자기 몫에 대한 욕망이 분출해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같은 구태(舊態)는 반기업정서를 부르는 동시에 주주 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훼손한다. 골육상쟁(骨肉相爭)은 공멸의 길이다. 승계에 실패한 기업은 위기를 맞는다.

인화(人和), 곧 화합이 중요하다. ‘맹자’는 “올바른 도리를 잃은 사람에게는 돕는 자가 적고, 궁극에는 일가친척도 등을 돌리게 된다.(失道者寡助 寡助之至 親戚畔之)”고 경책했던 것이다.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일가친척과 그룹 안팎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생각하게도 한다.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을 액면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다. 서로 양보, 상생의 길을 찾길 바란다. ‘노자’에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으면서도 잘 이기는 것(天之道 不戰而善勝)”이라고 했잖은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親戚畔之 : ‘도리에 어긋나면 일가친척도 등을 돌리게 된다’는 뜻.

親 어버이 친, 戚 친척 척, 畔 배반할 반, 之 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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