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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젊은 그대, 나가서 돌아오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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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8 20:39:22 수정 : 2015-04-08 2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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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찾기는 전세계 국가의 고민
단기적 성과 보다 글로벌 인재 키울 장기 비전 내놓아야
몇 년 전 미국 미시간대에서 1년 연수를 하던 때다. 활달한 성격의 중국인 쯔메이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와 같은 경제부처 공무원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장래성 있는 공무원들을 해마다 수백명씩 미국 유수 대학에 연수를 보내는데, 여러 명이 같은 아파트를 쓰다 보니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캠퍼스에서 중국 관련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참석해 서툰 영어로 자국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던 그녀 모습이 인상 깊었다.

중국은 ‘인해전술’을 펴듯 많은 젊은이들을 외국으로 보낸다. 중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한 1978년부터 2012년 말까지 중국 해외유학생이 264만4700여명에 이른다. 쯔메이 같은 중앙·지방 공무원, 기업 연수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국경이 없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이동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TV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다양한 국적의 젊은 외국인들을 보더라도 낮아진 국경이 실감 난다. 

황정미 논설위원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은 맞다. 실제 2013년 국제이동자(출입국자) 131만6000명 가운데 20대 이동자가 가장 많았다. 48만8000명으로 전체의 37.1%를 차지한다. 땅덩어리는 좁고 자원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생존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다양한 지식·기술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을수록 개인의 경쟁력은 커지고 국가 경쟁력도 올라간다. 그들이 해외에서 일하든, 한국으로 돌아오든 우리 경제영토는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앞으로’ 발언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요즘 대통령 최대 관심사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라고 한다. “대한민국 청년이 (다 중동에 가서)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라는 말은 젊은이들이 중동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이 여건을 만들라는 주문으로 들렸다. 문제는 여건은 전혀 갖춰지지 않았는데 목표만 앞섰다는 데 있다. ‘니가 가라, 중동’ 식의 성급한 냉소를 자초했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청년 해외취업 허와 실’ 시리즈는 정부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젊은이들이 양질의 경험을 쌓는 데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일자리 찾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이르지 못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2013년 OECD 평균 청년(15∼24세) 실업률은 20.4%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 청년 실업률은 9%대였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전세계에서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할 판이다.

일자리 전쟁에서 이기려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 정책이 젊은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에 맞춰져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정부의 ‘글로벌청년리더 10만명 양성 프로젝트’, 박근혜정부의 K-MOVE 사업이 한계를 갖는 것은 단기 연수·취업자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몇 명을 보내고 몇 명이 일자리를 얻는지 따지는 정책으로는 ‘스펙용 이력’만 양산할 뿐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젊은이들에게 장기 투자하는 국가 비전이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성공하는 것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겠지만 10년, 20년 후면 경쟁력 있는 인적자산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인도 출신으로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저서 ‘흔들리는 세계의 축’에서 “본국을 떠나는 인도인들을 가리켜 흔히 ‘두뇌 유출’이라고 하지만 미국, 인도 모두에게 오히려 ‘두뇌 획득’에 가깝다”고 했다. 그들이 어디에서 일하든 경험, 국제기준, 인도인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성장·고령화 사회로 청년층 삶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당장 해외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 수는 없다. ‘글로벌 보헤미안’을 꾸준히 양성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과 희망 아닌가.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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