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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해외취업 허와 실] ‘꿈의 직장’ 세계은행 근무 4인 ‘생생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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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1 19:07:45 수정 : 2015-04-01 19: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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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 영어만으론 안통해… 원하는 분야 전문성 키워야"
청년 구직자에게 국제기구는 꿈의 무대다. 국제기구 직원들의 ‘완벽한’ 스펙과 뛰어난 영어 실력에 주눅들기 쉽다. 세계은행(WB)만 하더라도 석사학위 소지가 기본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에 근무 중인 한국(계) 젊은이들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철저한 준비로 꿈을 성취했다. 국내 대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성준경(33·2013년 5월 입사)씨,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마친 이호성(30·2013년 6월 입사)씨, 대학 졸업 때까지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컨설팅회사와 은행에 다닌 김민서(30·여·2013년 11월 입사)씨, 국내 대학원을 마치고 국제기구인턴십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1월 인턴으로 채용된 김지혜(25·여)씨가 주인공들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은행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그들을 만나 경험담을 들었다.


―세계은행은 어떤 방식으로 직원을 뽑나.


▲성준경=“일반적으로 4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 세계은행에 32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 프로페셔널 프로그램(YPP:Young Professional Programme)’이 있다. 1년에 전 세계에서 30명 정도밖에 뽑지 않는다. 두번째는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방법이다. 세계은행의 각 부문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관련해 전문성이 있으면 정규직에 해당하는 스태프로 바로 입사할 수 있다. 대체로 10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해야 한다. 계약직인 컨설턴트로 들어와 일하다가 스태프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다. 마지막으로 초급전문가(JPO) 등 한국 정부에서 선발해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하는 방법이 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경제개발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즉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주 업무다. 세계은행에 금융 전문가뿐만 아니라 에너지나 수자원 관리, 교통, 농업, 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스태프는 직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주도하거나 다른 스태프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그때마다 인력이 필요한데 이때 계약직인 컨설턴트를 채용한다. 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단기로 고용하는 식이다.”

▲이호성=“제가 들어온 과정은 또 다른 방식이라고 해야겠다. 국내에서 국제개발 또는 국제기구와 협력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근무하다 들어올 수도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이기는 하다. 저는 한국에서 국책연구원에 근무했는데 세계은행이나 미주개발은행(IDB),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관련해서 일하는 부서였다. 한국도 요즘 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국제화를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사례가 많다. 저와 같은 기관에서 근무한 1명이 세계은행에, 다른 1명이 IDB 워싱턴 본사에 와서 근무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들어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성준경=“영어를 배우러 외국에 많이 나가는데 저는 토종이다. 세계은행 직원들이 각국에서 오다 보니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쓰는 사람은 적다. 영어가 중요하지만 그것만 잘해서는 국제기구에 들어올 수 없다. 국제기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다. 학력이 부족하더라도 관련 분야 경험 및 전문성이 뚜렷하게 강하면 된다. 세계은행 내에서도 에너지, 사회기반시설, 도시개발, 교육, 보건, 재무, 환경 등 다양한 분야가 필요하다. 그런 특정 분야 전문성이 없다면 들어와서도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김민서=“국장급 디렉터가 인력을 뽑을 때 제시하는 기준은 영어의 경우 유창하지 않더라도 팀원 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면 된다. 스페인어 등 희소성 있는 언어를 하면 큰 장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는데 인터뷰를 해 보면 자기소개가 천편일률적이다. 어느 학교에서 무슨 전공을 했고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 등 스펙 위주다. 다른 나라 친구들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느 역할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학교나 전공 같은 건 이력서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경영학석사(MBA) 등 석·박사 학위가 일반적으로 요구되지만, 어느 나라, 어떤 학교에서 학위를 마쳤는지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저보고도 후배들이 세계은행에 들어가려면 어떤 자격증을 따고 어떤 전공을 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 방학 때 보충수업 듣고 학원에 가는 것보다 하고 싶은 분야의 현장에 가서 직접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WB)에서 근무 중인 성준경(오른쪽부터), 김민서, 이호성, 김지혜씨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국제기구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 등을 얘기하고 있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취업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김민서=“적극적이면 좋다. 후배들 보면 이력서를 고쳐쓰고 커버레터를 바꾸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만 일단 서류를 제출한 뒤에는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다른 나라 젊은이들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하고 무작정 찾아가서 만나 달라고 한다. 이력서를 내놓고 담당자에게 계속 이메일을 보낸다. 떨어지더라도 계속 관심을 두면서 저번에 지원했는데 좋은 자리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한다. 우리 부서에서 처음에 탈락시켰는데 그렇게 열심인 친구를 1년 만에 뽑는 걸 봤다. 한국 후배들은 그렇게 하면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꾸준히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다.”

▲김지혜=“암기하는 공부만 하다 보면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소통을 못 하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인턴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해외여행도 추천한다. 그냥 여행이 아니라 단기연수와 연계하는 식이면 좋겠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 때 국제기구 근무를 목표로 해서 연구실적을 많이 쌓았다. 현재 기후변화 적응 부서에 근무 중인데 대학원에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입사에 큰 도움이 됐다.”

▲성준경=“현직에 근무하는 전문가들과 네트워킹도 아주 중요하다.”

―한국에서 네트워킹을 하기가 어렵지 않나.

▲김민서=“한국에 있을 때 세계은행에 근무하고 싶어서 관심 있는 분야 부서장에게 “당신네 부서에 관심이 있는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이메일을 보냈다. 꽤 높은 분인데 소개 책자와 관련 자료를 패키지로 만들어 우편으로 한국에 보내주셨다. 여기 와서 그분을 만났는데 그런 이메일을 받는 걸 좋아하시더라. 실례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김지혜=“세계은행 직원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자주 참석한다. 비공개도 있지만 보통은 공개된 행사다. 그런 곳이 네트워킹을 하기에 최고의 자리였다. 어떤 디렉터와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줬다. 그랬더니 “이렇게 써서는 미국에서 통하지가 않는다”면서 내용을 고쳐주시더라. 다른 세미나에서 그분을 거론하면 또 다른 분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호성=“우리 부서에서 하는 지식공유 프로그램이 있는데 개도국 인사들을 한국에 데려가 관련 기관을 견학하고 한국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오는 6월에도 큰 행사가 있다. 그런 채널을 후배들이 활용했으면 좋겠다. 우리 부서 디렉터도 그런 과정으로 직원을 뽑으려고 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만난 사람보다 한국에서 만난 이가 더욱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다.”

―해외취업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게 있다면.

▲성준경=“유학 등 기회를 통해 현지에서 네트워킹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젊은 친구들을 단기프로그램으로라도 해외에 많이 보내줬으면 좋겠다. 한국에만 있다 보면 물리적으로 그런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가 아니더라도 해외에 나오는 자체가 기회가 되므로 취업비자를 받기 쉽게 지원해 준다든지 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강한 의지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워싱턴=글·사진 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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