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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인터스텔라 열풍과 SF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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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6 21:18:07 수정 : 2014-11-26 21: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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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미래와 과학기술 관심 커져
작가·과학자 협업 SF 발전 힘써야
최근 ‘인터스텔라’라는 공상과학(SF)영화의 열풍이 거세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인기 감독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할리우드식 흥행에 초점을 맞춘 SF가 아니라 비교적 정교한 과학적 설명의 장치가 있는 어려운 SF이고, 러닝타임도 3시간에 가깝기 때문에 큰 히트를 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관객 700만명 돌파에 이어 어쩌면 1000만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대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비슷한 장르로 큰 흥행을 한 광활한 우주를 그린 ‘그래비티’가 300만명을 조금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

약간은 내용의 이해가 어렵지만 ‘인터스텔라’의 흥행 덕분에 현대물리학에 대한 관심도 무척 커졌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물리학적인 이론을 설명하는 기사가 넘쳐나고, 친절하게 과학적 내용을 알려주는 전문가들이 몰려드는 인터뷰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심지어 이 영화의 여러 장면을 해설하는 유튜브 영상도 덩달아 인기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수적인 효과가 반갑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심이 바로 SF영화가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긍정적 효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와 같이 SF영화나 소설의 다양한 스토리가 실제로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SF효과’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보통 자신들의 학문적 열정은 높지만 대중과의 소통에 둔감한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다양한 스토리는 실제로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쉽게 풀어낸 이야기는 사회학·인문학·윤리학 등을 공부한 사람,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과학기술이 인류사회에 가져올 희망찬 이야기와 혹시 있을 수 있는 커다란 부작용을 인지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희망찬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고, 기업이나 일반대중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으며,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와 영상의 힘이다. 스토리와 영상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키게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래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선도하는 것에는 SF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이미 다양한 SF영화와 드라마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있을 수 있는 미래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SF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SF에 대한 관심도는 그동안 높지 않았고, 수준도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SF소설은 그래도 여러 작가들이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지만, SF영화나 드라마는 정말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 10월 과천국립과학관에서 열린 국내 SF산업계 최고의 창작대상인 ‘2014 SF어워드’에서 SF영상부문의 우수상으로 단지 주인공이 외계인으로 설정돼 있었다는 이유로 ‘별에서 온 그대’가 수상하게 된 것은 약간 자괴감이 든다. 물론 나는 이 작품이 나빴다고 보기보단 다만 한 해를 정리하는 SF어워드에서 수상하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에 SF에 대한 저변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인터스텔라’의 흥행이 참 반갑다. 우리나라에도 과학적인 성격이 강하고, 과학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소 어려운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SF 장르의 성공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작가와 과학기술자가 협업해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SF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 것을 보고 싶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과학기술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이 과학기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다 멋진 인류의 미래를 위해 힘을 쓸 수 있는 꿈을 심어줬으면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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