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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인간의 뇌 닮은 컴퓨터칩,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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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3 21:49:05 수정 : 2014-08-13 21: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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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내 인간 뇌 근접 성능 보유
인공지능·인간 공존 사회 준비 필요
지난 8일 컴퓨터 역사에서 중대한 이정표가 될 만한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미국 IBM과 코넬대학이 주축이 돼 인간의 뇌를 흉내 낸 컴퓨터칩인 트루노스(TrueNorth)를 개발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트루노스는 인간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Synapse·인간 뇌의 신경세포 간의 연결)의 구조를 모방한 칩으로 그 집적도가 매우 높아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가로와 세로 4㎝ 정도의 조금 커다란 우표 정도 크기의 칩에 5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약 100만개의 디지털 신경세포와 2억5600만개의 디지털 시냅스를 만들어 넣었는데, 이는 2011년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으로 구현했던 디지털 신경세포 256개와 디지털 시냅스 26만2000개 수준의 코어를 무려 4096개나 칩 하나에 담아낸 셈이다.

IBM과 코넬대학의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트루노스 칩으로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 등의 물체를 실시간으로 식별해 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칩이 인간의 뇌에 근접한 성능을 가지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트루노스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수준의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간단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0만배 이상 그 집적도가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된 트루노스는 기존의 컴퓨터가 처리하기 어려웠던 사물의 직관적인 인식이나 의미,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을 쉬우면서도 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 신경망을 이용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IBM은 트루노스를 16개, 64개, 256개, 1024개 등의 순으로 계속 연결하고, 3D 구조로 확장한다면 10∼20년 내에는 결국 인간의 뇌에 육박하는 성능을 가지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의 뇌를 흉내 낸 칩을 두뇌로 이용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유명한 ‘바이센테니얼맨’을 통해 자신의 불로불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을 등장시켰고, 근래 개봉했던 할리우드의 두 영화 ‘트렌센던스’와 ‘그녀’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과거에는 다루기 어려웠던 소재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를 흉내 낸 새로운 칩의 탄생은 이제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런 문제에 답하기 위한 다양한 인문, 사회, 법학적인 연구도 활발하다. 웬들 월러크와 콜린 앨런이 저술한 ‘왜 로봇의 도덕인가’(원제 Moral Machines)라는 책에서는 미국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 중인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윤리를 심어주거나 로봇에게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이슈, 그리고 법적인 문제와 같이 로봇과 인류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져올 미래사회 그림을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그런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구글은 세계 최고의 로봇회사를 다수 인수합병했고, 소프트뱅크는 감정을 인식하는 가정용 로봇 페퍼를 2015년 저렴하게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IBM은 인간의 뇌를 흉내 낸 컴퓨터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단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시나리오로 치부하고,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빠져 겁만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우리와 함께 사는 사회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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