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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10대, 온힘 다해 즐겨보자!

입력 : 2014-06-12 21:47:36 수정 : 2014-06-12 2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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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행소년 KW4839’
“나는 어리다. 건방지고 무식하나 순수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커서는 보이지 않을 사실들에 민감하다. 건방진 만큼 겁 없이 비난하고 조롱하고 무시할 줄 안다.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어려도,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럽고 추하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도, 바로 잡히는 것은 없다. … 이렇게 말하지만 내게 정의감은 없다. 내가 정의감으로 불타 봤자 뭘 하겠는가, … 나는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 모르겠다. 인생이 귀찮은 방관자가 될지, 뒤돌아보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될지, 혹은 세상을 바꿀 행동파가 될지. … 아직 세상에 나가지 않은 지금은 무식하게 비난하고 반론하고 비웃을 수 있다. 영원히 이러지 못할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래서 이 순간이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하다. 돌이킬 수 없을 십대를, 나는 온 힘을 다해 건방지게 즐기고 있다.”

‘비행소년 KW4839’는 독창적이면서도 유연한 연출로 이름이 난 여신동의 첫 번째 청소년극으로, ‘2014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2’의 마지막 작품이다. ‘탐색과 도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청소년극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무대 위에 쏟아붓고 있다. 작품은 상상 속이 아닌, 현실의 청소년들 모습과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청소년 문제는 곧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킨 뒤 사회와 개인의 성찰을 이끌어 낸다.

무대는 비행기 객실과 공항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을 가운데 두고 관객들이 마주 보며 앉아 관람하는 구조다. 관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연에 끌어들인다. 연출가는 무대와 객석의 간극을 없앴다. 극을 통해 배우들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도, 관객과 배우가 깊이 교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행체험 형태를 띤 공연은 미지의 공항에서 이륙해, 현재 청소년들의 위치를 찾아간다. 입장한 관객들은 수속, 탑승, 비행 과정을 거친다. 극적 공간과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현 위치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작품은 서사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야기가 사건이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흐르지 않고, 극적인 상황과 공간 자체에 머문다. 그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고 나열하는, 마치 미술전시와도 같은 독특한 방식이다. 

모든 것은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연결되어 그 순간의 단상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관객은 승객으로, 배우들은 승무원으로, 극장은 공항으로 바뀐다.

막이 오르고 모두의 탑승이 확인되면, 배우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안전수칙이 기내에 울려 퍼진 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한다. 2막이 시작되면, 공항이던 극장은 이제 교실이다. 배우들은 학생이며, 각자 휴대전화 놀이에 심취해 있다. 카톡, 셀카, 노래 듣기 등 갖가지 취미 활동은 오직 휴대전화로만 가능하다. 그들에게 휴대전화는 삶 그 자체이다. 3막에선 알 수 없는 인터뷰 소리가 극장을 메운다.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과 청소년들의 생각이 무대 위에 겹쳐진다. 둘의 말이 부딪히고, 만나다가 서로 휘감는다. 소리는 증폭되어 무대 위를 질주한다. 막(4막)이 바뀌면, 어딘지 알 수 없는 공항에 착륙한다. 그곳에는 진짜 청소년들의 말이 생생하게 존재한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눈을 가리고 서성인다. 정해진 목표 없이 ‘서성이는 현재’만이 가득 무대를 채운다. KW4839가 다시 이륙한다.

‘비행소년 KW4839’는 청소년들과 소통을 나누고 그들과 만나는 작업이다. 관객들과 만나고, 청소년들과 만나고,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난다. 이 다양한 만남은 결국 청소년들을 매개로 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하고, 진실된 그들의 모습을 무대 위에 정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생각과 변화, 성장에 주목한다. 여기 있는 것은 ‘나’ 뿐 아니라 ‘우리’이다.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동시에 못 말리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불안과 환희의 비행을 시작한다.

21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1688-5966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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