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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개방의 철학이 탄생시키는 미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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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04 21:33:17 수정 : 2014-06-04 2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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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연구보다 협업이 성과 더 커
과학 대중화 통해 인재 발굴해야
지난달 22일 ‘서울디지털포럼’이 열렸다. 세계의 유명한 석학들이 전 세계를 바꾼 이야기를 하는 이 행사에서 잭 안드라카라는 17세의 고등학생이 연단에 섰다. 안드라카는 미국 메릴랜드 고교생으로 15세 때 한장에 3센트 하는 종이센서로 췌장암, 난소암, 폐암을 5분 만에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인텔 주최 과학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친구다. 최근에는 지멘스에서 주최한 월드챌린지에서 다른 친구와 여섯 가지 중요한 환경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안드라카는 암을 진단하기 위한 저렴한 센서를 만들기 위해 나노튜브와 항체를 물에 부어 섞은 다음 종이에 찍어 말리는 방식으로 초기 연구를 집과 학교에서 수행했다. 그리고, 추가 연구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는 200여곳에 연구방법을 보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하지만 대부분 이 방법이 틀렸고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다행히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그가 수행한 연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결국 그는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원심분리기를 고장 내는 등 실수도 많이 했지만 미래의학에 중요한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안드라카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현재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 변화를 이룰 힘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오픈콘텐츠를 요구해 봅시다. 췌장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도 관련 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듯이 우리가 힘을 합치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가장 전문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과학 분야에서도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대중들이 직접 과학연구에 뛰어드는 대중과학 또는 시민과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런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글로벌 협업이 온라인으로 쉽게 가능해지면서 비밀스럽게 혼자나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통한 연구성과가 좋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마 대중과학보다 개인의 브랜드를 중시하고, 연구기관에서는 스타를 원하는 접근 방법이 현재와 같이 계속 강조된다면 과학이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사회적 가치는 기형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엘리트 체육이 국가의 브랜드를 높이고, 해당 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생활체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체육이 가졌던 본연의 가치인 많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과학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려면 지나치게 일부의 엘리트 과학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과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쉽게 과학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드시 흰 가운을 입고, 커다란 연구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취미와 열정을 가지고 과학연구를 할 수 있고, 이들의 연구결과가 공유되고 발전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과학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대한 공유의 인프라는 구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소셜네트워크는 관심 있는 과학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은 저렴하게 실험실 장비를 만들고 보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바라건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방형 과학의 시대를 과학자들이 솔선수범해 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환경과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안드라카와 같은 청소년과 젊은 학자나 우리 주변의 숨겨진 과학적 재능을 갖춘 주부 과학자가 우리나라에서도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래의 과학은 첨단의 새로운 과학연구도 중요하겠지만 참여와 공유, 개방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시민과학, 대중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때 더욱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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