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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만 있으면 웃음·해학 춤판…'고성오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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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03 21:35:45 수정 : 2014-06-03 21: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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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7호 탈놀이 ‘고성오광대’
어깨가 절로 들썩∼
“반갑습니다! 농사꾼 이윤석입니다.”

‘춤추는 농사꾼’ 이윤석(65·사진)씨가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를 청해왔다. 춤꾼이라 하기엔 손이 거칠었고 오른손 검지는 반만 있었다. 조심스레 묻자 “몇 해 전 예초기를 다루다 잘렸다”며 머쓱한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나중에 무대에서 본 그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장단에 취해 몸을 흔드는 그는 천상 춤꾼이었다.

고성오광대 예능보유자인 이윤석씨(왼쪽)와 이수자·전수자들이 고성고분에서 연희를 즐기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이수자·전수자들이 장산숲에서 연희를 마친 뒤 예능보유자 이윤석씨를 둘러싸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고성오광대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인 고성오광대는 경남 고성 지방에서 내려오는 가면극으로,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재담을 하는 연희다. 제1과장 문둥북춤, 제2과장 오광대놀이, 제3과장 비비(양반을 잡아먹는 상상의 동물), 제4과장 승무, 제5과장 제밀주(첩) 등 총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지며, 서민의 애환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성오광대 전수자 백은희씨가 거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4학년은 1과장, 5학년은 2·3과장, 6학년은 4·5과장을 연습해 졸업 전에 고성오광대의 모든 과장을 익힌다.
고성오광대 예능보유자인 이윤석씨(가운데)와 이수자·전수자들이 장산숲에서 연희를 즐기고 있다.
어린 시절 그는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고성오광대 놀이를 하던 허판세 어른을 따라다니며 풍물을 배웠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만난 허판세 어른의 “고성오광대 놀러가자”는 말에 고성오광대보존회에 발을 들였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지만 아내에게 농사일과 아이들을 맡겨 놓고, 고성오광대 전 과장의 춤과 꽹과리 연주를 전수받았다. 

고성오광대 전수회관에 공연에 쓰이는 탈들이 정리돼 있다.
이윤석씨가 거친 손으로 40여년 가까이 된 말뚝이 탈을 닦고 있다.
고성군 남산 중턱에는 고성오광대보존회와 전수회관이 있다. 고성오광대보존회는 예능보유자 및 이수자 등 30여명의 전승자로 구성돼 있다. 전승자들은 구성원의 80%가 농부다. 농번기에는 서로 만나 대사 한번 맞춰볼 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전승자들은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전국의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과정에도 힘을 기울인다. 

고성오광대 전수자 최민서씨가 국제춤축제에서 말뚝이춤을 펼쳐 보이고 있다. 말뚝이춤은 양반을 비판하는 하인 말뚝이가 추는 춤이다.
이윤석씨가 본업인 농사꾼으로 돌아와 밭을 갈고 있다.
생업은 농사꾼이지만 그들은 춤꾼이다. 탈만 있으면 들판이든 숲이든 모여 춤판을 벌인다. 장단이 울려퍼진다. 서로 주고받는 대사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다시 농사꾼으로 돌아갈 때까지….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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