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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정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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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30 22:40:29 수정 : 2014-04-30 22: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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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통해 지진정보 신속히 전달
IT기업, 재난 대비 역량 발휘 필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가 너무나 아파하고 있다. 애당초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사건 이후 초등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더욱 그 무력감은 컸던 것 같다. 이런 재난과 재해에 대처하기 위해서 정보기술(IT)은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재난과 재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고예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로 노면이 파인 곳을 알아내고, 도로관리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스트릿범프’(Street Bump)라는 앱을 개발해 2012년 말 보급했다. 40명에 불과한 도로관리국 직원이 수많은 도로 파손 지역을 유지 보수하는 것보다 시민들이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를 모아 도로 파손을 신속하게 보수하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달리 말하면 시민들이 직접 주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인간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트릿범프를 설치한 운전자가 도로가 파인 곳을 지나가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이 진동을 감지하게 되고, 이를 스트릿범프 앱이 해당 지역의 위치를 도로관리국에 전송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동 신고된 데이터는 지도에 표시가 되고, 순식간에 실시간 도로 파손 지도가 완성된다.

이 앱의 보급으로 풍부한 도로 노면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됐고, 도로관리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로의 유지 보수를 신속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차량 파손을 최소화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 및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재난과 재해가 일어난 이후의 조기 대응에도 IT는 많은 도움이 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US Geological Survey)에는 ‘트위터 지진감지’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 중 지진과 관련한 낱말을 수집해 온라인 지도에 지진 활동과 상황을 표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진 경고는 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계측기의 진동을 파악해 지진을 예보하고 경고를 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곳의 지진을 감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간적으로도 칠레나 인도네시아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미국 땅까지 도달해 USGS의 감지장치를 통해 감지되고 정보를 분석해 출력하는 데까지 수십분이 걸린다. 그에 비해, 트위터 분석시스템의 경우 칠레에 지진이 발생하면 칠레 사람들이 트위터에 글을 쓰면서 지진에 대한 키워드 출현이 많아질 것이고, 트위터 감시만으로도 실시간에 가깝게 세계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그냥 자신이 겪은 지진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트위터가 과학적 탐지를 통한 경보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낸 사례가 여럿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USGS는 이 시스템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전 세계의 실시간 지진에 대한 트위터 정보를 모으고, 지진에 대해 보다 나은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약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배가 운항하는 동안 카카오톡이나 문자에서 위험과 관련한 키워드가 수집돼 위치와 함께 전송됐더라면 사건의 조기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배를 타고 운행하는 동안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IT로 재난과 재해에 대응하려면 관련 기술을 가진 민간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구글은 2005년 공익사업을 하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의 인플루엔자 유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글플루트렌드나 에너지 문제를 위한 구글파워미터와 같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익적인 형태로 사용해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남겨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관련 대기업도 이처럼 공익적인 재난과 재해와 관련된 대비책 마련에 자신들의 역량을 투입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이번 세월호와 같은 재난과 재해가 일어나는 빈도도 줄 것이고, 사건이 터지더라도 그 피해 또한 훨씬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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