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게 차명주식이다. 친인척이나 임직원 명의로 주식명의를 분산해 놓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의 회장치고 차명주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러니 회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은 고장 나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죽음이 오기 전에 차명주식을 정리해야 할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회사이고 주주가 친인척으로만 이뤄진 회사일수록 차명주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차명주식을 본인 명의로 실명전환하려는 회장은 별로 없다.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주식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으면 명의신탁이 돼 세법에서는 명의를 빌려준 차명주주에게 증여세를, 실제 소유자에게는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쉽게 실명 전환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다른 편법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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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게다가 명목상 주식매도인인 차명주주들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대신해 신고·납부해주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그 결과 138억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갑은 그 후 코스닥상장법인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에 성공했고, 자신이 개최한 음악회에서 1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모 대학교에 기부하는 호탕함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갑은 기부한 액수를 채우기 위해 계열회사 등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했고, 같은 방법으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71억원에 처해졌다.
이러니 회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장이 죽고 나면 차명주주들은 차명주식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죽어라고 돈 번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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