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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의 고민 사투리 판소리로 질펀하게 푼다”

입력 : 2014-02-13 21:53:13 수정 : 2014-02-14 15: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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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연출가 박선희 연출가 박선희(사진)에게 인터뷰를 청한 건 그가 조만간 올린다는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가 참 희한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소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판소리와 셰익스피어의 본질인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햄릿을 판소리로 어떻게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을까’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알 듯 모를 듯한 말이다. 여하튼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 햄릿과 한국을 대표하는 판소리의 결합이 무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가 우선 궁금했다. 지난 10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그것부터 물었다.

“햄릿의 고민을 ‘분열된 자아’라고 할 수 있는 4명의 햄릿이 서로 주고받는다. 죽은 아버지가 유령으로 나타나 복수를 해달라고 할 때 4명의 햄릿은 복수를 할지 말지를 왈가왈부한다. (표현되는) 음악적 양식도 다양하다. 판소리인데 대중음악 같기도 하고….”

원작에서 긴 독백으로 처리된 햄릿의 고민은 뮤지컬의 형식을 빌렸고, 햄릿이 연인 오필리어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소리 배틀’까지 등장시킨다.

왜 판소리이고, 햄릿일까.

“햄릿을 풀어보고 싶었다.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의 이야기다. 서른 살의 덴마크 왕자인 햄릿이 (자신이 올랐어야 할) 왕이 못 되고 숙부에게 뺏겼다. 숙부는 어머니와 결혼해 새아버지가 됐다. 햄릿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자기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이게 예술가의 숙명처럼 다가왔다. 자기가 배운 것, 얽매고 있는 것을 벗어나야 자기만의 것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판소리로 이런 햄릿을 표현하면 생소함이 주는 매력이 있겠다 싶었다.”

그가 보기에 햄릿의 상황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맞닥뜨리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햄릿은 왕자라는 배경을 갖고 있지만 암담한 상황에 처한 30대다. 우리 시대에도 서른을 넘어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클래식이 좋은 이유는 옛날이건 지금이건 자기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판소리와 햄릿의 결합’ 외에 관객에게 꽤 생소하게 보일 듯한 요소들이 있다. 햄릿 역의 연기자 4명 모두 여성이다. “소리꾼이 모두 여자여서 그랬다”며 웃었다. “적벽가든, 춘향전이든 판소리는 남녀 구분 없이 공연을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분장, 의상도 중세의 것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은 전라도 사투리로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말을 하지 않으면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견인데,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출연하는) 소리꾼들이 목포, 여수, 김제 출신이다. 그들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사투리다. 자기들 말이니까. 사투리가 주는 리듬감이, 그게 소리로 표현되는 것이 너무 좋다.”

사투리를 웃긴 말, 조폭이나 쓰는 말 정도로 희화화하고 천시하는 일부 대중문화 생산자들이 듣고 뜨끔해야 할 지적이다.

연출자로서의 의도야 그렇다고 해도 이런 생소함이 관객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도박이긴 하다. 얼마만큼 파격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생소함은 기존의 관념을 버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상상하던 것을 뛰어넘어 허를 찔려야 무릎을 꿇지 않겠나.(웃음) 그게 재미다.”

20∼23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처음 관객과 만난다. 1만5000∼2만원. (02)2029-1700. 다음달 7일부터 4월13일까지는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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